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이나 잔칫날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전이다. 그래서일까? 전은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한 젓가락씩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 전이 맛있어서, 막걸리가 맛있어서, 인심이 후해,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 자꾸만 발길이 향하는 전집 12곳.



1. 감자전| 한남북엇국
먹구름이 끼어 잔뜩 흐린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부엌에서 감자를 가는 삭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곤했다. 강판에 간 감자에 양파와 부추를 썰어 넣어 노릇하게 구운 ‘엄마표 감자전’이 생각날 때면 이곳에 들른다. 커다란 팬에 금방 한 반죽을 두르고 기름을 조금씩 더해가며 노릇하게 굽는데, 감자의 속살이 아삭아삭 씹히고, 바삭하고 고소한 것이 엄마가 해준 감자전 바로 그 맛이다.
●가격 감자전 1만원 ●주소 용산구 한남동 73-2 ●문의 02-2297-1988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2. 모둠전| 대박집
낙원상가 뒤쪽 골목에 자리한 수많은 전집 중에서도 유독 이곳에 발길이 머무는 까닭은 손님을 손자, 손녀 대하듯 하는 소탈한 주인할머니와 정갈한 손맛 때문이다. 모둠전을 주문하면 계란옷을 얇게 입혀 깻잎전과 호박전, 고추전, 명태전을 바로 부쳐서 내오는데,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간이 딱 들어맞아 자꾸만 손이 간다. 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하면 명절 기분이 제대로 난다.
●가격 모둠전 8천원 ●주소 종로구 돈의동 49-1 ●문의 02-763-5367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일요일 휴무

3. 녹두빈대떡| 청일집
해방 이후 피맛골에 터를 잡은 오래된 맛집 중의 한 곳. 피맛골이 재개발되면서 장소를 옮겨와 옛 정취는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녹두빈대떡 맛만은 변함이 없다. 이것저것 재료를 넣는 대신 맷돌에 간 녹두반죽을 팬에 두르고 돼지고기 몇 점을 올려 굽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 녹두 고유의 맛이 살아 있어 씹을수록 더 고소하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단무지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가격 녹두빈대떡 1만2천원 ●주소 종로구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빌딩 1층 ●문의 02-732-2626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4. 굴전| 열차집
싱싱한 굴은 날것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굴의 고소한 맛과 짭조름한 바다내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면 계란옷을 살짝 입혀 기름 두른 팬에 부쳐 먹어야 제 맛이다. 부추와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넣은 계란옷을 입혀 노릇노릇하게 부쳐내는 이곳 굴전은 탱탱한 속살이 살아 있다. 굴전만 먹어도 간이 잘 맞지만, 어리굴젓과 양파를 올리면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가격 굴전 1만원, 빈대떡 1만원 ●주소 종로구 공평동 130-1 ●문의 02-734-2849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5. 김치전| 무이무이 테라스 포차
맛있는 김치전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보다 알맞은 김치 선택에 있다. 아무래도 김치가 덜 숙성되면 깊은 맛이 나지 않고, 지나치게 곰삭은 김치는 신맛이 너무 강하고 아삭하게 씹는 맛이 부족하다. 이곳에서 2년 묵은 김치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강력분과 튀김가루와 부침가루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다음 다진 묵은지와 삼겹살, 오징어를 넣어 다시 한번 섞는데 시큼한 묵은지와 고소한 삼겹살이 잘 어울린다.
●가격 김치전 1만5천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653-4 2F ●문의 02-515-3982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6. 마생선전| 막홀릭
‘막걸리 홀릭’이라는 상호처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다양한 막걸리와 호텔 주방장 출신의 셰프가 선보이는 안주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명태살과 마를 함께 갈아 감자전처럼 노릇하게 부친 마생선전은 재료의 조합도, 맛도 특별하다. 전과 함께 부추와 참나물 무침이 곁들여지는데, 명태살에서 풍겨오는 바다내음과 참나물의 향긋한 풀내음이 한데 어우러져 바다와 육지의 맛이 모두 느껴진다.
●가격 마생선전 1만8천원 ●주소 강남구 논현동 92-2 지하 1층 ●문의 02-549-9772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요일 휴무



7. 동그랑땡+깻잎전 | 옛 향기 가득한 동인동
손도 크고, 인심도 후한 주인은 동그랑땡을 빈대떡만하게 부쳐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아 손님상에 낸다. 질 좋은 고기를 아낌없이 넣어 반죽하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부침가루와 계란옷을 입혀 기름을 충분히 두른 팬에서 구워 바로 내오기 때문에 동그랑땡은 물론 깻잎전도 고기의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매콤하게 무친 무무침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
●가격 동그랑땡 1만2천원, 깻잎전 1만2천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511-5 ●문의 02-516-5765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일요일 휴무

8. 파전| 깡통만두
주먹만한 왕만두를 넣은 칼국수로 이름난 집이지만 사실은 모든 메뉴 중에 파전이 제일로 맛있다. 밀가루와 물로 반죽을 하는 대신 물기를 제거한 쪽파와 양파, 쇠고기를 찹쌀가루에 버무려 젓가락으로 휘저어가며 굽다가 계란을 깨뜨려 올리고 여러 번 뒤집어서 굽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고소한 계란 향과 찹쌀가루의 쫄깃함을 맛보고 나면 파전의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가격 파전 1만원 ●주소 용산구 한남동 741-19 ●문의 02-794-4243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 휴무

9. 해물파전| 달빛술담
깔끔하게 차려입은 날 와인보다 막걸리가 마시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도쿄의 카페에 와 있는 듯한 세련된 분위기만큼이나 요리의 맛과 모양새도 고급스럽다. 한 판을 접시에 통째로 담는 대신 계란말이처럼 도톰하게 부쳐 한입 크기로 반듯하게 썰어 접시에 담아내는 해물파전이 대표 메뉴다. 유자, 복분자 칵테일 막걸리, 오곡막걸리 등 특색 있는 막걸리도 접할 수 있다.
●가격 해물파전 1만7천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644-19 ●문의 02-541-6118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10. 빈대떡| 순희네 빈대떡
카페처럼 세련되게 꾸민 막걸리집도 좋지만, 비 오는 날에는 시장에서 먹는 빈대떡과 막걸리가 제격이다. 특히 크고 작은 전집이 모여 있는 광장시장에서 먹는 빈대떡은 별미 중의 별미! 굳이 순위를 매기라면 단연 이곳이 일등이다. 맷돌에 간 녹두에 김치와 숙주를 넣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도록 구운 빈대떡과 고기전이 대표 메뉴. 빈대떡 위에 고기전 한 점과 간장소스에 절인 양파를 올려 먹어야 제 맛이다.
●가격 빈대떡 4천원, 고기전 2천원 ●주소 종로구 종로5가 138-9 광장시장 ●문의 02-2268-3344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11. 모둠전| 정식당 안주
창의적인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정식당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요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옴폭한 접시에 단호박 튀김과 깻잎전,
연두부전, 녹두전, 동태전을 가지런히 담은 모둠전은 부침 옷이 얇아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각각의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미숫가루의 고소한 맛과 막걸리의 시큼한 단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미숫가루 막걸리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격 모둠전 1만5천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567-28 ●문의 02-518-4654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1시까지, 일요일 휴무

12. 육전| 비금도
가끔씩 명절 때 팬에서 방금 건져 올린 뜨거운 전을 손에 집어 들고 호호 불어가며 먹던 생각이 나면 이곳을 찾는다. 육전을 주문하면 얇게 썬 한우
아롱사태 한 점을 집어 찹쌀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담가 테이블에 놓인 전기팬에 구워 준다. 방금 구운 육전은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고소한 곡물가루를 묻혀 백김치나 파무침을 올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육전에 시골된장찌개와 밥, 반찬, 누룽지 등이 곁들여 나와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가격 육전정식 3만2천원 ●주소 강남구 청담동 95-4 2층 ●문의 02-512-1714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