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8일, 한국에서 조금 이름 있는 모든 매체는 모처럼 내한한 세계에서 제일 핫한 여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완전히 집중했다.



2010년 7월 28일, 한국에서 조금 이름 있는 모든 매체는 모처럼 내한한 세계에서 제일 핫한 여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완전히 집중했다. 왜 아니겠는가. 이제까지 한국에 온 할리우드 스타 중스타성과 화제성 면에서 역대 최강이었던 것을. 물론 이전에도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이 한국을 찾은 경우는 꽤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떠오르는 신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테일러 로트너가 신작 <이클립스>의 홍보를 위해 서울을 찾아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인 톰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와 <작전명 발키리>로 두 차례나 한국을방문하며 친근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여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정겨운 닉을 수여받았다. <엑스맨>의‘울버린’ 휴 잭맨은 붉은 악마로고의 티셔츠 차림으로 시청 광장에 등장해 한국 관객들에게 즉각 ‘급’호감 배우로 거듭났다. 그 외에도 카메론 디아즈, 벤 스틸러, 크리스 록, 니콜라스 케이지 등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 관객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안젤리나 졸리의 짧은 1박 2일 한국 체류 일정을 두고 많은 네티즌이 유독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일본 입국과 한국 입국 때의 그녀의 전혀 다른 태도에‘좋은 예 나쁜 예’ 비교 사진까지 덧붙이며 비난할 정도다. 지나치게 짧은 일정이기는 했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역시 프로페셔널이었다. 우문이 판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원하는 쿨한 현답을 풀어내 환호를 자아냈으며, 그날 저녁 인산인해의 전쟁터로 돌변한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레드 카펫에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완벽한 스타의 매너를 보여줘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황홀케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홍보만을 위해 딱 24시간만 머물다 갔다는 이유로 ‘먹튀’라는 선정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악의적인 댓글과 사진들을 남긴 수많은 네티즌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조금 더 자주, 스타의 후광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한 불만이다.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직접 찾는 것이 아주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경우는 대개 그들의 신작 홍보를 위해서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프로모션을 위해 이들은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돌며‘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제는 한국 바로 옆에 한국보다 규모가 큰 일본 열도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빽빽한 배우들의 스케줄을고려할 때 굳이 두 나라를 다 방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할리우드 프로모터들의 생각이다. 뻔질나게 일본으로 날아가는 <해리 포터>의 3인방이나 <섹스 앤 더 시티>의 ‘블링블링’한 네 여자들을 한국에서 직접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분개할 이유는 없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보다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것. 적어도 아직까지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중국보다는 한국을 더 많이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개봉 영화 한 편의 입장료가 우리 물가로 뮤지컬 한 편 보는 가격인 탓에 중국인은 개봉관에서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이 영화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중국을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여기지만 아직은 성공적인 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그들은 중국 시장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간다.

그러면 우리가 일본처럼 자주 그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를 직접 접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원론적이지만 아주 당연한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수치적으로 한국 시장이 일본 시장을 압도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제작, 배급사들은 한국에서의 영화 흥행 추이와 지표를 일본 개봉 시에 활용하는데, 한국 시장이 일본을 넘어서면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뒤바뀔 것이다. 시장 점유율 외에,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을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나게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그들의 생각도 문제다. 이상한‘ 뻘짓’ 대신 조금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국가의이미지 메이킹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전쟁의 위협 때문에 한국 방문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는 뉴스는 우리에게는 어이없는 소식이지만 해외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열혈 영화 네티즌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남았다. 마약처럼 달콤하고 손쉬운 영화 불법 다운로드에서 과감하게 손을 뺄 것. 한국 영화가 됐든, 해외 영화가 됐든 극장에서 당당하게 제값 주고 영화를 보는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들에게 한국은 중국 시장의 또 다른 버전쯤으로 격하되며‘ 없는 시장’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