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피임에 대해 쉬쉬하는 것만은 여전하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신체 건강한 가임기 여성이고, 불임이 아닌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다면 영어 공부보다 피임 공부가 더 시급하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있다. 바로 산부인과다.휴가지나 클럽에서 만난 이성과의 원나이트 스탠드 등으로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특성상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기도 힘들고, 섹스나 피임에 대해 논하기를 꺼리는 요상한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 분위기가 낙태율 34%(이는 가임기 여성 3명 중 1명은 낙태를 경험했다는 뜻이다)와 입양아 수출 상위국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섹스와 피임이야말로 모르면 병이요, 아는 것이 힘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방비 상태로 있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긴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나와 꼭 맞는 피임법을 알아보자.

세 아이의 엄마 A-나팔관 수술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셋이나 낳은 애국 유부녀 A. 현재 셋째를 모유 수유 중이라 자연 피임 상태에 있다. A씨 부부가 유난히 금실이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이렇게까지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은 없었다.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기로 결심한 A씨 부부는 첫째를 낳은 이후 월경주기에 맞춰 잠자리를 갖는 방법으로 자연 피임을 해왔다. 자연 피임법의 성공률이 75%라는 말에 자신들은 나머지 25%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않게 둘째가 생겨버렸고, 그다음부터는 월경주기에 맞추는 것은 물론 질외 사정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실패해 덜컥 셋째까지 가지게 됐다. A는 더 이상 자연피임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한 끝에 나팔관수술을 하기로 했다. 다시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으니 외과적 수술을 통해 영구피임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 뒤로 임신 걱정은 없어졌지만 세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지친 A는 왜 진작 다른 피임법을 시도하지 않았는지가끔 후회될 때가 있다.

첫째를 낳은 B-자궁 내 장치
얼마 전 귀여운 첫 딸을 낳은 B는 가족 계획을 위해 자궁 내 장치 시술을 했다. 피임률이 99%로 매우 높고, 나팔관 수술과 달리 몸속의 장치를 제거하면 언제든지 다시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부부가 선호하는 시술이다. 한 번 시술하면 5년간 강력한 피임 효과를 발휘하는 이 장치는 자궁 안에 시술하기 때문에 미혼 시절에는 시술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 출산 경험도 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었다. 맞벌이인 B 부부는 교육비 문제와 양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첫째와 둘째의 터울을 다섯 살 정도 두기로 결정했는데, 자궁 내 장치는터울 조절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예전에는 구리 루프가 많이 쓰였지만 생리혈이나 생리통이 증가하는 사례가 간혹 나타나 최근에는 호르몬이 함유된 루프를 찾는 분들이 많아요. 호르몬 루프는 생리량과 생리통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어 일부러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될정도로 효과가 좋지요”라는 의사의 말에 시술 비용이 3배나 비쌌지만 호르몬 루프로 결정했다.

생리불순과 여드름이 고민이었던 C-피임약
20대 후반인 C는 대학시절 배낭여행 때 생리를 늦추기 위해 피임약을 처음 먹은 이후 10년 가까이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여행 가기 일주일 전쯤 피임약을 먹으면 생리가 안 나온다는 말에 시도해봤는데, 그 뒤로 생리불순이 없어져 매달 지속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여드름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있는 피임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드레스피레논 성분이 들어 있는 피임약은 여드름 개선,월경전 불쾌장애 개선 효과가 있어요. 또, 생리불순과 생리통 치료, 부정출혈, 호르몬 장애 등 많은 산부인과적 임상질환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의사의 권유로 C는 그날 이후 드레스피레논 성분이 들어 있는 약으로 바꾸었다. 그날 이후 피부가 매끈해진 것은 물론, 생리전 증후군도 없어졌다. C는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피임약을 복용할 생각이라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D-콘돔
3개월에 한 번씩 애인을 갈아치우고, 때로는 원나이트 섹스를 즐기기도하는 D는 콘돔 신봉자다. 피임도 피임이지만 각종 성병과 에이즈까지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번거롭게 매일 시간을 맞춰가며 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남자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면 되니 이보다 더 좋은 피임법은 없는것 같다. 일반적으로 콘돔의 피임 효과는 85%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용법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삽입 도중에 콘돔을 끼거나, 공기가 들어간 채로 씌우는 오류를 범하는데, 이는 정액이 유출되거나 콘돔이 찢어지는 원인이 된다. 그러니 싸구려가 아닌 제품으로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불상사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문제라면 종종 콘돔을 끼기 싫다며 고집 피우는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는 것, 그래서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가 때아닌 설득과 논쟁으로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도대체 한국이란 나라는 왜 성교육을 제대로 안 해서‘죽어도 콘돔만은 싫다’며 우기는 놈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만든 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콘돔 이외의 방법은 믿을 수가 없다. 남자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D는 핸드백 속에 늘 콘돔을 상비하고 다닌다.

장기 연애 중인 F-피하 이식법
올가을이면 F는 남자 친구와 만난 지 2주년이 된다. 그녀가 선택한 피임법은 피하 이식법이었다. 간호사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방법인데,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나 시술 효과 면에서나 여러 모로 F와 잘 맞았다. 피하이식법은 프로게스테론 단일제제를 포함하고 있는 성냥개비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막대를 팔 안쪽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시술하는 데 1분밖에 걸리지 않아 간편한 데다 3년까지 피임 효과가 있어 장기 연애를 하는 이들에게 알맞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식 이후 생리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술 이후 생리통이 있던 여성의 88%가 생리통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말이다. 아이를 갖기 원할 때는 언제든 막대를 제거하면 즉시 임신기능이 돌아온다고 했다. F는 내년 봄쯤 남자 친구와 결혼해 1년 정도 신혼을 즐긴 뒤 아이를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란기에 실수해버린 G-응급 피임약
클럽에서 낯선 남자와 원나이트 스탠드를 해버린 G. 문제는 지금이 배란기라는 것이었다. 평소 남자 만날 일이 없어 이렇다 할 피임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지난밤 술에 너무 많이 취하는 바람에 배란기라는 사실을 깜빡한 채 피임 기구도 없이 섹스를 하는 실수를 범했다. 다음 날 아침, G는 당장 산부인과로 달려가 응급 피임약을 처방받았다. 응급 피임약은 성 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호르몬제로, 최대한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높다. 반드시 산부인과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고, 약국에서구입해 복용하면 된다. 단, 고용량의 호르몬제가 몸속에 들어오는 것이므로 자칫 생리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응급 시에만 사용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