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도에 PC통신 속 인연을 소재로 한 영화 <접속>이 나왔을 때, 컴퓨터가 한참 낯설었던 이들은 주인공 한석규와 전도연이 한 차례의 만남도, 한 통의 전화도 없이 서로 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1997년도에 PC통신 속 인연을 소재로 한 영화 <접속>이 나왔을 때, 컴퓨터가 한참 낯설었던 이들은 주인공 한석규와 전도연이 한 차례의 만남도, 한 통의 전화도 없이 서로 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는 학급에서 단체로 ‘국군 아저씨’에게 보낸 위문편지가 인연이 되어 군복 입은 청년이 집으로 찾아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는 스토리가 차라리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시절이었으니까. 당시 <접속>을 통해 컴퓨터 사용법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도태시켜버렸던 영화계는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더니 2010년에는 급기야 <인셉션>이라는 혼란스러운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를 봤다는 40~50대 대부분이 ‘언론평이 좋아 보러 갔더니만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더라’는 반응이었으니까. 중반까지는 어찌어찌 따라갔으나 잠시 잠깐 멍을 때렸다가 그만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극장을 나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영화의 엔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내린 결론은 ‘재미있다’, ‘재미없다’가 아니라 어째 ‘찝찝하다’였다나. 아마 뭔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 못내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자칫 머뭇거리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마니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찌감치 아예 다 포기하고 마당에 수도가 있고 미닫이문 있는 집에서 삼대가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MBC 일일드라마 <황금 물고기>나 SBS <인생은 아름다워>, KBS <결혼해주세요> 같은 가족드라마만 시청한다면야 별 문제 없을 테지만. 실제로 몇 년 전 방영된 KBS <마왕>이나 MBC <달콤한 스파이> 같은 드라마는 꽤 짜임새 있고 수준 높은 작품이었지만 비밀 정보를 USB에 담아두었다느니, 칩에 넣어 감췄다느니, 유비쿼터스니 하는 난해한 얘길 하는 바람에 40~50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이젠 마냥 외면만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특정 드라마뿐 아니라 많은 오락, 교양 프로그램이 앞다퉈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시청자 설문조사나 실시간 퀴즈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최근에 시작한 <러닝맨>을 비롯해 오락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 또한 미션을 하달받거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적극 사용하는 모습을보여주고 있으니까. 따라서 더 이상 무지한 채로 지내다가는 한낱 오락프로그램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트위터나 스마트폰, SNS같은 단어를 접하고 ‘이건 대체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이들이라면 마냥 편한 마음으로 대하던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에서까지 물음표를 단 단어들이 속속 튀어나오니 긴장이 될 수밖에. 궁금해서 잡지며 신문을 뒤져보면 ‘SNS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줄임말로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들의 네트워킹을 보장해주는 서비스다. 블로그, 마이페이스, 페이스북 같은 1인 미디어도 여기에 포함되며, 미투데이나 트위터가 최근 활발하게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장황한 설명을 쉽게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외계어나 다름없는 소리가 아니겠나.

TV에서 자꾸 거론되어 그런지 요즘은 40~50대의 모임에서도 트위터나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기는 한다.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께 손녀가 고향마을의 정경을 휴대폰으로 찾아 보여드리는 다음 로드맵 광고가 신기하다며 세상 참 좋아졌다고 감탄해마지 않는 이들도 있고, KBS <야행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번개 공지를 미투데이로 한다는데 그건 대체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오락프로그램을 보니 휴대폰으로 음식 조리법을 찾아서 요리를 하던데 어느 메뉴를 눌러야 나오느냐며 구형 휴대폰을 내미는 이들도 있고. 그러면 그나마 귀동냥으로 얻어 들은 정보가 있는 축들이 이걸로는 못 보는 거라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모임 멤버 중에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 명 있으면 곧바로 스타 대접을 받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로드맵이나 조리법을 검색해 보여주기라도 하려고 하면 바로 동경의 대상이 되고만다. 고가의 보석이나 수입산 자동차, 겁 없이 오른 주식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동경인 셈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넌지시 스마트폰이나 트위터에 대해 물었다가 되돌아오는 반응이다. “엄마는알려줘도 몰라. 그냥 쓰시는 거나 잘 사용하세요”라는 식의 무안한 반응이 대부분이라나. 어릴때 받아쓰기나 구구단 틀렸을 때 받았던 구박을 이때다 싶어 그대로 돌려줄 심산인지 어조 또한 냉정하기 짝이 없단다. 그렇다고 몇 년 안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만 이뤄진 프로그램이 나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언제까지 아날로그의 추억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TV마저 낯설어지기전에서둘러 구식 핸드폰부터 바꿔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