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시간, 당신에게 음악이 있는 새벽을 열어주는 이들이 있다. 까칠한 운동권 선배, 다정다감한 친구, 걸어 다니는 올드팝 백과사전, 재즈 들려주는 다방 DJ, 오지랖 넓은 동네 언니 등 잠 못 이룬 당신에게 음악을 이야기하는 심야 라디오 DJ들이다.




윤성현| PD


심야식당 89.1MHz 월-일 02:00~03:00
대문 글 만만하게 들르시고 무심하게 주문을 던지세요. 듣고 싶은 음악, 하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까고 싶은 DJ, 무엇이든지요.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못해드리는 건 못해드리는 공간. 음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 심야식당에 잘 오셨습니다.
성격 ‘심야식당’이라는 이름처럼 게시판 구성도 알림, 메뉴, 주문, 코스, 찻집, 리필이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주문’ 게시판을 통해 주문받은 신청곡과 사연으로 꾸며지고 토요일 새벽은 객원 DJ가 ‘일일찾집’ 주인장이 되어 마음대로 한 시간을 요리한다. 일요일 새벽은 청취자들이 직접 만드는 ‘코스’. 월요일 새벽은 ‘풀코스’로 앨범 전곡을 들려준다.
특이사항 ‘심야식당 옴므파탈 윤성현 PD’라는 이름의 팬카페가 있을 만큼 마니아층이 두텁다. 회원 수만 2천 명을 넘을 정도.

PD에서 DJ로 데뷔하게 된 계기 사실 심야식당이 DJ로서 데뷔는 아니에요. 같은 시간대에 방송됐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인 ‘올댓차트’에서 사이버 DJ 윌슨으로 먼저 데뷔했어요. 프로그램 기획부터 원고, 진행까지 1인 3역을 맡았죠. 심야시간에 기계음을 내는 DJ가 신선했는지 꽤 호응이 좋아 1년 반 가까이 진행하다가 심야식당을 통해 아예 DJ로 정식 데뷔했죠.

방송 이름을 ‘심야식당’이라 지은 이유 ‘올댓차트’를 진행할 당시 청취자들이 보내는 실시간 문자와 사연 등을 모니터했는데 그 시간대에 배고픈 사람이 많았어요. 배만 고픈 게 아니라 대화에, 사랑에, 음악에, 영혼에 굶주린 마음이 고픈 사람들요. 몸과 마음이 배고픈 심야시간 청취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공간 같은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 즐겨 읽던 아베 야로의 동명만화에서 이름을 따왔죠.

PD이자 DJ여서 좋은 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점. 방송을 할 때 원고 없이 진행하고 있어요. 방송 전에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만 쭉 긁어다 워드문서에 붙여 출력해서 보는 게 전부예요. 어차피 청취자들과 이야기 하는 거니까요.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말해요. 짜여 있지 않아서 자연스럽고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DJ의 매력
직접 진행을 하는 게 연출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DJ의 입을 통한 간접적인 소통이 아닌 청취자들과 직접 통한다는 점이 좋아요.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진행자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게 되니까 연출자의 입장에서 진행자와 소통할 때도 훨씬 수월하고요.

DJ에게 필요한 자질
PD는 활짝 열려 있고, 잘 들을 수 있는 좋은 귀를 가지고 청취자들의 반응을 살펴 조정하고 집행하는 역할이 중요해요. 반면 DJ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야 하죠.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매력이요. 목소리도 그중 하나겠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품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요.

DJ로서 자신의 강점
절대 친절하지 않은 대신 가식이 없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 라디오를 듣고 까칠하다, 냉소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 성격 중에 분명히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대학 시절에도 별명이 ‘조소킹’이었을 정도니까요. DJ는 캐릭터가 분명해야 하다 보니 방송에서 저의 그런 면을 더 부각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
음악 선곡에 있어 거침이 없다는 것. 보통은 한 가수의 곡을 두 곡 이상 틀지 않는다는데, 어느 날 방송에서 한 앨범에 실린 전곡을 틀었어요. 나름 파격적이라고 느꼈는지 의외로 호응이 좋아서 매주 월요일에 앨범 전곡을 듣는 ‘풀코스’란 코너까지 마련했어요. 라디오에서만큼은 앨범을 온전히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가 타이틀 곡 한 곡을 들려주자고 앨범을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자신만의 진행 방식
심야시간에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 중에는 따뜻한 ‘위로’를 바라는 이들이 많지만, 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모두 다 잘 될거예요”라는 식의 위로 대신 친절하진 않지만 공감할 수 있는 답변과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편이에요. “그딴 식으로 살지 말라”는 얘기처럼요. 쓰디쓴 충고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위로’가 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가끔 청취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요.

안티에 대처하는 방법
방송 초반에는 게시판에 욕이 많았어요. 지드래곤 곡과 표절 의혹을 받는 곡을 비교해서 들려주었는데 기사화되는 바람에 무시무시한 협박성 댓글에 시달린 적도 있어요. ‘피임 잘하라’는 말을 했다가 ‘윤리 의식이 결여된 자질 없는 PD’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공영방송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전부 다 보지만 안 좋은 글은 금방 잊는 편이에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지
매일 오후 2시에 라디오 생방송 연출을 맡고 있기 때문에 모두 녹음방송으로 진행해요. 가끔 생방송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녹음방송이 가진 장점도 무시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녹음방송은 연출가가 통제하고 조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거든요. 어떤 멘트나 음악을 들려줬을 때 청취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예상하고 진행하는 게 가능하죠.




백원경| 아나운서


올 댓 재즈 93.9MHz 월-일 02:00~04:00
대문 글 올 댓 재즈, 언제나 재즈처럼. 백원경 아나운서와 함께 재즈 여행 하실래요?
성격 365일 재즈를 틀어주는 국내 유일의 재즈 전문 라디오 방송
특이사항 1995년 말부터 진행했던 색소폰 연주자이자 재즈 전문가인 이정식 씨가 지난해 초 하차하면서 올해 4월부터 CBS 여성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있다.

올 댓 재즈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유. ‘재즈’ 하면 자연스럽게 자유가 떠오르잖아요. 방송이 나가는 새벽 시간은 모두 잠든 밤에 나 홀로 깨어있는 듯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재즈 전문가가 오랫동안 진행해온 방송의 진행을 맡은 것에 대해서
재즈계의 거장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프로그램을 이어받는다는 게 사실 부담이 되긴 했어요. 아티스트가 진행하다 아나운서가 진행하면 청취자들이 딱딱하게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첫 여성 진행자인 만큼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재즈라는 음악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르라 아티스트의 숨은 뒷이야기나 음악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워요. 요즘은 틈날 때마다 재즈의 역사나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어요. ‘올 댓 재즈’ 연출가분도 워낙 재즈에 대해 해박하셔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
외부에서 섭외한 진행자들은 한정된 시간을 방송에 쏟을 수밖에 없지만 저는 방송에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을 수 있어요. 심야에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라디오가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에 다정하고 편안하게 더 깊이 소통하면서 마음을 열려고 노력해요. 그 때문인지 청취자들이 속 깊은 얘기를 많이 털어놓는 것 같아요.

올 댓 재즈 청취자의 특징
심야시간에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은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많고, 외로운 사람도 많아요. 새벽 2~4시까지 깨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어떤 사연이 있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장르가 재즈다 보니 20~40대 청취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보면 50대도 많으세요.

기억에 남는 청취자
‘50대 촌부입니다’라고 사연을 올린 분이 기억에 남아요. 여름이라 한낮에 자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시는데 방송을 들으며 재즈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연이었어요. ‘재즈’ 하면 왠지 재즈 바에서 칵테일 한잔하며 들어야 할 것 같은데 농촌에서 일을 하면서도 듣고 계시더라고요.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
가장 큰 차이는 장르가 재즈라는 것이겠죠. 요즘은 진행자와 게스트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많은데, 올 댓 재즈는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고 양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 공을 들여요. 음악의 다양성을 지켜간다는 점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점
재즈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점이죠. 예전에는 청취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즈를 듣는 정도였어요. 청취자들이 방송을 들으면서 재즈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는 사연을 자주 올리는데, 저 역시 같은 입장이에요. 작가가 따로 없고, 오프닝 멘트를 직접 쓰기 때문에 눈뜨고 생활하는 모든 시간에 방송을 생각해요. 사람들도 많이 관찰하고, 영화 한 편을 보고 책 한 권을 읽어도 집중해서 보게 돼요. 오늘 밤에는 어떤 얘기로 청취자들과 소통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달고 살죠.

DJ에게 필요한 자질
공감 능력! 청취자들이 사연을 올렸을 때, 음악을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연 하나를 읽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면서 읽어야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각나고, 제 얘기도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DJ로서 자신의 강점
공감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정성이 장점이 될 수는 있겠네요. 진심으로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게 너무 좋아요. 일 때문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하기 때문에 청취자들도 자연스럽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코너
음악 위주의 방송이기 때문에 사실 코너가 별로 없지만, 홍대 클럽이나 녹음실에 가서 재즈 아티스트의 라이브 음악을 듣고 인터뷰를 하는 ‘라운드 미드나잇 재즈 클럽’이라는 코너를 좋아해요. 재즈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시간을 통해 아티스트와 그들의 곡을 소개할 수 있고, 청취자들도 라이브 연주로 재즈를 들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기회인 셈이죠.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많이 늘렸으면 해요.

TV 진행과 라디오 진행의 차이점
차이는 아주 분명해요. TV가 일방적이라면 라디오는 서로 대화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쌍방의 소통이 가능한 매체라고 할까요?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10월에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내한 공연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스튜디오에 초대해 라이브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조정선| PD


새벽다방 95.9MHz 월-일 04:00~05:00
대문 글 여러분의 고요한 새벽을 깨워주고, 추억과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주 메뉴는 1960~90년대까지의 귀에 익숙한 팝송입니다. 최근에 나온 명곡도 양념으로….
성격 심야시간 중에서도 새벽 4시라는 특성상 아침잠이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 선곡을 많이 하는 편. 1950~60년대 올드팝을 들어보는 ‘60만세 운동’이나 이른 새벽 잠을 확 달아나게 하는 ‘잠 깨는 음악’ 코너가 대표적이다.
특이사항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비롯해 20년 이상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한 MBC 라디오 간판 프로듀서 조정선 PD의 DJ 데뷔작.

‘새벽다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
요즘 제대로 된 음악 프로그램이 과연 있나 생각해봤습니다. 1970~80년대는 음악 그 자체가 좋아서 혹은 음악을 둘러 싼 이야기가 좋아서 흠뻑 빠졌던 시절입니다. 그때 들었던 팝송 중에서 방송 나오지 않는 곡들 위주로 들려주고, 음악적인 정보도 곁들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7080 팝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PD이자 DJ여서 좋은 점
20년간 라디오 연출을 하면서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지요. 때문에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고 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새벽 시간대에 깨어 있는 분들의 연령,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한 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만족을 주는 방송을 할 자신이 있다는 얘깁니다.

PD와 DJ의 차이점
아무래도 자기 얘기를 하는 자리라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이 쓰입니다. 말실수를 해도 핑계를 댈 구석이 없지요. 프로그램에 대한 청취자의 반응이 훨씬 직접적이라 탄산음료같이 자극적입니다. 짜릿한 그 맛에 모두들 마이크를 잡는 것일까요?

DJ에게 필요한 자질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 몇몇 분야의 전문가이기보다는 모든 분야에 두루두루 관심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자기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기 하나만 믿고 남이 써주는 글이나 읽으며 시간 때우는 진행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무엇보다 음악을 잘 알아야 하고 좋아해야겠지요. 한 가지를 더하자면 사물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겠죠.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점
음악을 미리 들으면서 특징을 잡아내는 일이 버릇이 됐습니다. 특히 팝송 가사에 신경을 더욱 쓰게 됐고요. 정확한 발음과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서 신문기사를 큰소리로 낭독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방송이라고 생각하며 얘기를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방송이 끝나면 다음 날 방송을 위해 자료 조사하고 원고 쓰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합니다. 팝 아티스트의 생애에 관심이 많은데,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데뷔는 이러했고,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됐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좌절하고 재기하는 과정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많이 배웁니다.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
라디오에서 7080 때로는 5060 올드팝을 들을 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습니다. 라디오를 끼고 산 베이비붐 세대가 60이 다 되어가는데 좋아했던 매체에서 다시 향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들의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겠죠.

가장 마음에 드는 코너
‘60만세운동’. 60대 이상 된 분들도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팝송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걸 기치로 그분들이 즐겨 듣던 1950~60년대 팝송을 2곡씩 선곡하는 코너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브렌다 리, 스키터 데이비스, 브라이언 하이랜드 등 요즘 라디오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 곡들이 소개됩니다.

음악을 내보낼 때 하는 일
악기 하나하나, 보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듣고, 아티스트의 정보를 책으로 찾아가며 할 얘기를 정리합니다. 선호하는 진행 방식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설파하는 진행 스타일이 좋습니다. 개똥철학이 있는 진행자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에서 혼자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좋습니다만, 무엇이든 음악이 우선되어야겠죠.

기억에 남는 게스트
이문세 씨가 진행하던 ‘별밤’을 연출할 때 ‘신승훈의 노래세상’이란 코너가 생각나네요. 매주 토요일에 영화 하나를 소개하고, 신승훈 씨가 미리 준비해온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는 코너였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때 소개된 소위 ‘뜨지 않은’ 영화들이 방송이 나간 주말 마다 비디오 대여 리스트 상위에 올랐다는 점이에요. 그만큼 많은 호응을 받은 프로그램이었어요.

심야 라디오 진행의 매력
청취자와 정말 가깝다는 느낌. 사연 하나를 읽어도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야 라디오 진행자로서 힘든 점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메인 리그에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인기도 없으면서, 잘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황덕호| 재즈칼럼니스트


재즈수첩 93.1MHz 일-월 02:00~03:00
대문 글 주말 밤에 즐기는 재즈 향연. 귀에 익숙한 스탠더드 재즈를 포함해서 누구나 듣기 편하고 정감 어린 재즈로 휴일 밤을 함께하겠습니다.
성격 재즈의, 재즈에 의한, 재즈를 위한 방송.
특이사항 방송에서 들려주는 재즈 음반은 대부분‘ DJ 소장품’이다. 조그마한 재즈 음반 가게
를 운영 중이기도 한 그는 웬만한 재즈 음반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고.

재즈칼럼니스트이자 DJ로 사는 건
진행을 맡은 지 10년쯤 됐을 때 담당 PD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적이 있어요.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0년 동안 재즈 음악 프로그램이 폐지되지 않고, 계속 청취자들과 만나왔다는 사실에 뿌듯했어요. 재즈는 클래식처럼 교양음악도 아니고, 팝이나 가요처럼 대중음악도 아니기 때문에 어정쩡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고정적으로 라디오에서 재즈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
재즈를 들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음악을 많이 들려주려고 합니다.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주고 사적인 얘기를 하기보다 재즈 아티스트나 음악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고요. 가능하면 쉬운 언어로 재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싶고요. 청취자들이 저의 사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DJ에게 필요한 자질
예전에 배철수 씨가 TV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라디오를 진행할 때 음악이 나가면 뭐 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음악을 듣죠’라고 답했는데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겠죠.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진행자가 있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배철수 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좋아하고, 편안하게 진행도 잘하고, 게다가 겸손의 미덕까지 갖췄으니까요.

DJ로서 자신의 강점
11년째 진행을 해오면서 한 번도 진행자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녹음방송인데도 지금도 방송에 들어가면 긴장을 많이 해요. 말투도 어눌하고. 진행자라기보다 재즈애호가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멘트와 음악 선곡을 모두 맡고 있고, 웬만한 재즈 음반은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가져가서 틀기만 하면 되는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음반을 옆에 두고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식이다 보니 따로 원고도 필요 없지만요.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점
일주일에 두 번 녹음하고 나머지 시간은 재즈 칼럼을 쓰거나 매장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요.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는 항상 재즈와 함께하는 셈이죠. 방송을 하면서 재즈 음악 프로그램과 재즈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진 건 사실이에요. 심야방송의 매력세상의 모든 음악이 낮이라면 재즈는 밤이에요. 재즈가 탄생한 곳 역시 심야의 클럽이니까요. 여건상 녹음방송으로 진행하지만, 녹음을 할 때 새벽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진행해요.

시도해보고 싶은 점
재즈는 즉흥 음악이기 때문에 선곡 역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즉흥적으로 하는 게 어울려요. 생방송이 가능하다면 날씨에 맞춘 선곡도 할 수 있고요.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지미 스미스의 블루스 연주를 추천하는 식으로요. 라이브 클럽에서 재즈 아티스트의 라이브 연주를 들려줘도 좋겠죠. 예전에는 방송국 안에 작은 스튜디오가 있어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재즈 클럽’이 없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청취자들과 만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만족해요.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
국내는 재즈 아티스트가 많지 않고, 그동안 웬만한 국내 뮤지션들은 게스트로 나왔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해외 재즈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싶어요. 지금은 백발이 지긋한 노인이 됐지만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인 소니 롤린스를 초대해서 재즈의 역사와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네요.


방은진| 영화감독


밤으로의 여행 95.1MHz 월-일 00:00~02:00
대문 글 방은진의 밤으로의 여행. 모두가 잠든 한밤, 좋은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 고단했던 하루가 설레고 새로운 하루에 조용히 자리를 내주는 시간, 달빛처럼 은은한 음악과 별빛처럼 빛나는 추억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두 시간 동안의 감미로운 여행.
성격 화요일 윤준호의 커피홀릭, 수요일 최규성의 LP의 추억, 목요일 이정열의 그대 고운
노랫말, 금요일 이헌석의 음악 여행, 토요일 밤으로의 초대, 일요일 방감독 vs. 김감독 등 요
일별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코너들로 진행된다.
특이사항 색깔 있는 배우이자 재능 있는 감독이기도 한 방은진의 재발견.

영화감독을 병행하며 라디오 진행자로 사는 건
매주 7회 방송 중 5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불면증 때문에 많이 고생했어요. 불면증 치료를 받기도 했고요. 나의 시간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배우나 감독처럼 영화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 조증과 울증을 왔다갔다하는데 주기적으로 방송을 하다 보면 그런 감정에 빠질 겨를이 없어요. 기분이 가라앉았다가도 진행을 하다 보면 막 웃으면서 얘기하게 되니까 금방 기분이 좋아지죠.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것도 사람을 좀 더 여유롭게 해줘요. 주변 사람들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이런 게 낙인데 그런 것도 할 수 있고.

감독과 진행자의 차이점
가장 큰 차이는 돈이겠죠. 라디오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거지만,영화는 남의 돈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거라는 점에서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적어도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말아야하니까요. 영화감독은 고집도 부리고 타협도 해야 하기 때문에 갖가지 얼굴이 필요해요. 둘 다 직업이기 때문에 그만큼을 얻으려면 그만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점은 같지만요.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
심야시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때문에 함께 깨어 있는 가족들이 있어요. 일하는 남편과 함께 들으려고 집에서 방송을 청취하는 아내들의 사연도 종종 올라와요. 청취자 층이 워낙 넓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만들려고 해요. 음악 선곡 역시 좋은 음악을 여러 연령대에 맞게 골고루 섞어서 들려주고요.

가장 좋아하는 코너
‘최규성의 LP의 추억’은 흘러간 음악과 함께 우리 대중음악사와 대중문화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고, ‘방감독 vs. 김감독’은 걸어 다니는 영화백과사전이라 불리는 김국형 감독의 절묘한 선곡과 함께 영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아요.

DJ에게 필요한 자질
청취자를 흡입할 수 있는 목소리를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겠죠. 가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느끼한 경우도 있지만요. 저 역시 초반에는 지나치게 우아하고 고상하게 진행한다는 지적 아닌 지적을 받았어요. 지금은 외의로 푼수 같고 수다스럽다는 평을 듣지만요. 자기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요. 자신을 어느 지점에 끌어다 놓고 청취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와 같은 위치에서 소통하려는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DJ로서 자신의 강점
DJ라면 청취자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위로하는 배려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은 타고난 것 같아요. 삼천만의 오지랖이랄까? 제가 성격은 굉장히 더러운데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측은해하는 마음은 있어요.

라디오 진행의 매력
방송한 지 2년쯤 지나니까 그저 전파를 타고 음악과 말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익명의 수천 명의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져요. ‘밤으로의 여행’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청량제 같다는 사연이나 힘을 얻었다는 사연을 접하면 큰 힘이 돼요. 더 잘해야 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요.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점
‘밤으로의 여행’을 맡은 시점이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였고, 인생에 있어 자잘한 변화를 겪던 시기였어요. 본래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일단은 부딪혀보는 스타일인데,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어요. 게스트가 긴장하면 편안하게 풀어주는 요령도 생기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좀 더 능수능란해졌다고 할까요? 언젠가 영화투자자를 만났을 때 회의를 금방 끝내려고 했는데 자꾸 얘기를 하고 싶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방송을 하면서 스스로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것 같아요. 말투나 행동도 평소 감독으로서 배우나 스태프들을 대할 때와 달리 나긋나긋해지고요.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
김제동 씨요. 훌륭한 방송인이기도 하고,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비겁해지는 와중에도 용기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한번 만나서 밥 한번, 술 한번 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