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순간을 찾아 <얼루어>의 뷰파인더에 담았다. 그랬더니 '2010 문화계의 가장 핫한 뉴스'가 되어 있었다. 단 한 장면도 놓치지 마세요.

웨일이 입은 블라우스는 H&M. 스커트는 BNX. 귀고리는 인핑크(Inpink). 반지는 엠주(Mzuu). 혜원이 입은 튜브 톱 원피스는 봄빅스 엠 무어(Bombyx M.Moore). 목걸이는 금은보화. 호란이 입은 드레스는 에르메스. 귀고리는 금은보화. 반지는 엠주.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유다, 메이크업: 원영미-


디바들


한집에 사는 세 자매가 있다고 치자.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성격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취향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분명 존재한다. 눈코 입은 달라도, 사람들이‘ 아, 가족이군요!’라고 반색할 만큼의 동질감. 호란, 혜원, 웨일이 그렇다. 이 세 명은 명확한 꼭짓점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그룹의 유일한 여자 보컬이라는 것. 클래지콰이의 호란, 윈터플레이의 혜원, W&웨일의 웨일. 그룹명이 마치 호처럼 이름 앞에 따라 붙는다. 둘째. 플럭서스라는 걸출한 레이블에 소속되었다는 것. 개개인의 음악성을 강조하는 까닭에 얼마든지 프로젝트 활동이 가능한 아티스트들이 포진한 레이블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호란은 클래지콰이는 물론 포크 음악 밴드인 이바디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호란과 혜원은 함께 드럼세탁기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버블송’을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 이유, 실력과 매력이 넘치는 뮤지션이라는 것! 하지만 이미 독보적인 여성 아티스트가 된 호란에 비해 혜원과 웨일은 눈에 떨 띄는 것이 사실. 왜일까?“ 아직 호란만큼 유명하지 않아서”라며 까르르 웃지만 여기에 부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혜원의 경우 일본 활동의 비중이 높아 부재 중일 때가 많고, 웨일 역시 W&웨일의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터플레이와 W&웨일은 가을 무렵 드디어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니, 첫 앨범 이후 다음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귀가 번쩍 뜨일 것이다. 신비롭기까지 한 혜원. 한층 아름다워진 웨일.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호란. 아는 사람들은 이들을‘ 플럭서스 디바’라고 부른다. 지극히 사적인 시간을 담으며, 세 사람의 프로젝트 앨범이 기다려졌다. 호란은 단지 그룹의 유일한 여성 보컬이라는 이유로 함께 활동할 이유는 없을 거라고 시원하게 말했지만, 그 말은 타당한 주제가 주어진다면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은 이들이 난생처음으로 함께 모여 찍은 화보로 만족할 수밖에!



양아치가 입은 체크 셔츠는 에르메스. 데님 팬츠는 H&M. 타이는 시스템 옴므. 슈즈는 소다(Soda). 안경은 톰 포드(Tom Ford). 배종헌이 입은 셔츠는 커스텀멜로우. 타이는 에르메스. 슈즈는 푸마(Puma). 안경은 제이슨 우 바이한독(Jason Wu by Handok). 박진아가 입은 블랙 원피스는 에스까다(Escada).뱅글과 슈즈는 에르메스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문정 (포레스타), 메이크업 이가빈(포레스타)


라이벌


패션과 미술은 종종 같은 곳에 서지만 그것이 꼭 대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활 예술인 패션은 절대 예술로서 미술을 동경한다. 패션은 미술로부터 영감을 얻어 한 걸음 더 나아가곤 한다.몬드리안의 기하학적 패턴을 입은 트위기의 시대가 지나고 보다 노골적인 협업의 홍수까지 맞이한 요즘. 이 홍수 속에서 패션과 미술의 대등한 관계를 보여주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노아의방주다. 해마다 여름이면 에르메스 재단은 주목할 만한 젊은 아티스트 셋을 선정하여 작품을 지원하고,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고, 그중 한 명에게 상을 수여해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11회를 맞이한 패션하우스와 아티스트의 이 행복한 동거는 미술계와 패션계, 관객들이 모두 관심을 갖는 유일한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에르메스는 가장 새로운 것,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것,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앞서나가는 현대 미술을 고집해왔다. 에르메스 미술상을 거친 사람들은 지금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주축이 되었다. 올해 후보에 오른 박진아, 배종헌, 양아치 작가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회화 작가인 박진아는 갤러리의 모습을 담았다. 갤러리에는 반드시 관객이 필요하다. 관객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 보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갤러리 안에서 각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작품은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갤러리 속 사람들의‘뒤통수’는 마치 내 뒤통수 같아서 신기하고, 보고 있으면서도 보여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충돌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마치 시골 신사처럼 나타난 배종헌 작가는 ‘일기예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도시 농부’ 프로젝트 등으로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줄곧 표현해온 그는 TV의 일방적인 일기예보보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해석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묻는다.그리고‘ 우리집 일기예보’를 위해, 바람 측정기, 황사 측정기를만들었다. 배종헌 작가의 수공 측정 도구만 있으면 하루하루가문제 없다. 그리고 이 방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진지하게돌아보게 만든다‘. 기후의 원천-콜로세움’으로는 동식물과 자연이름을 차용한 제품을 전시하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자연을 갈구하는지 보여준다. 한편, 양아치 작가의 영상 작품 주변에는 박제된 비둘기가 늘어서 있다. 사진에서 양아치 작가가 쓰고 있는 모자는 그의 작품의 중요한 소품이다. 그는 작품을 위해 열댓 마리의 비둘기 박제를 의뢰했고, 날개를 활짝 편 상태로 굳어진 한 녀석은 헬멧 꼭대기에 앉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밝은 비둘기 현숙 씨’로 이름 붙인 작업에서 현숙 씨는 비둘기를 뜻하기도 하고, 퍼포머를 의미하기도 한다‘. 빙의’된 상태이니 혼연일체다. 부암동 집과 전시공간이기도 한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가며 벌어지는 일을 CCTV로 담았다. 비둘기, 현숙 씨,카메라, 관객의 시선이 얽히고 설킨다. 양아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일상과 환상을‘ 인셉션’한다.아티스트는 각자 나름의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인세계를 창조한다.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로 선정되며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세 가지 세계를 만들었고, 그 세계는 완벽하다. 때문에 이들은 라이벌이면서도 라이벌이 아니다. 9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가 끝나면 23일 수상자가 가려진다. 심사단이 수상자를 결정하며, 에르메스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상은 한 명이 할 테지만, 그 후에도 그들이 자신들의 완성된 세계를 소유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게 되는 것만큼은 같다. 단, 상금은 수상자에게만 있다.



우민호 감독이 입은 셔츠와 바지는 핏보우 바이Msk(Fitbow by Msk). 니트는 인스탄톨로지 바이Msk(Instantology by Msk), 체크 보타이와 브라운 반무테  안경은 벨앤누보(Bell&Nouveau). 엄기준이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닐 바렛. 데님 팬츠는 크로니클스 오브 네버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스(Chronicles ofNever by Tom Greyhound Downstairs). 시계는 D&G by 갤러리 어클락(D&G by Gallery O’clock). -스타일리스트: 정혜진-


잘 어울리는 사나이


난생처음 보타이를 맨 감독이 드레스룸 밖으로 나오자, 먼저 의상을 입고 기다리고 있던 엄기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감독님, 평소에도 이렇게 입고 다니세요.” <파괴된 사나이>는 상반기 영화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평단도 호의적이었고, 관객도 그랬다. 두 사람은 마지막 무대 인사를 마치고 온 참이었다. 관객들의 요청으로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을 이리 번쩍 저리 번쩍 했지만, 모두 신나서 한 일이다. 감독 우민호에게도, 배우 엄기준에게도 첫 영화였고, 처음이라는 건 늘 열정과 설렘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실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준비한 작품이거든요.”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쓴우민호 감독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병철 역으로 엄기준을 일찌감치 점 찍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였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본 그는 다정한 연인이고, 매력적인 남자가 아니었나“. 저는 엄기준의 눈빛에서 악역을 소화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봤어요. 캐스팅을 위해 만났을 때, 첫눈에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영화 한 편이 크랭크인하기까지 벌어질 수 있는101가지를 겪으며 준비 작업은 거북처럼 느려졌지만, 엄기준은 묵묵히 기다렸다. 크랭크인 후의 작업은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엄기준은 함께 달려줬다. 감독은 그런 그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보세요.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멋진 친구거든요. 그런데 잠바만 입히고 살도 찌웠죠.” 그렇게 완성된 <파괴된 사나이>는 엄기준의 영화가 되었다. 영화배우로서의 엄기준은 물론, 그가 다루지 못할 역할은 없다는 것을 모두 증명해냈다. “뮤지컬 배우로 워낙 뛰어난 친구라는 걸 알지만, 이제는 뮤지컬보다 영화 작업을 더 많이 했으면 해요. 스크린에서 더 보여줄 것이 많은 배우예요.”우민호 감독은 이번에는 그를 로맨틱 코미디의 배우로 쓰고 싶다고 했다. 악역의 눈빛을 발견한 것처럼 엄기준에게는 코미디 코드도 있다고. 감독의 눈에는 그게 아주 잘 보인다고.감독의 옆에서 엄기준은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 이따금 미소 지으며, 짧게 덧붙였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있더라도 몰랐을 거예요. 둘 다 첫 작품이라 비교 대상이 없죠.” 달콤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의 마음 역시 진하다. 엄기준과 문근영이 앨리스와 댄 역으로 출연하는 <클로져>는 예매 2분 만에 매진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파괴된 사나이>의 전국 무대 인사가 끝나면 연극 연습에만 매진하겠노라고 그는 여러 번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얼루어> 카메라 앞에 선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였다. 촬영을 마냥 어색해하는 감독과 그 모습을 너무 재미있어 하는 배우. 감독과 배우로 함께‘입봉’한 두 남자는 처음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또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