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깨끗한 도화지 같다. 어떤 색을 어떻게 채워 넣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멋진 그림이 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특별한 멋을 간직한 힘 센 바탕지 덕분이다. 캐멀 코트, 펜슬 스커트, 턱시도 재킷, 시가렛 팬츠 등 이번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클래식 아이템으로 그려보는 2010년판 클래식 레이디를 위한 지침서.

돌체앤가바나

고급스러운 소재와 완벽한 재단,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실루엣의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클래식 패션이 갖춰야 할 첫 번째 핵심 요건이다.



대표적인 클래식 레이디로 손꼽히는 오드리 헵번, 재클린 케네니 오나시스, 카트린 드뇌브, 코코 샤넬의 스타일을 잠시 머릿속에 떠올려보라. 그녀들이 몸에 걸친 리틀 블랙 드레스와 트위드 슈트, 메리 제인 슈즈, 펜슬 스커트, 화이트 셔츠와 진주목걸이…. 뜨고 지는 화려한 유행과는 달리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 누구나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가치가 깊어지는 고전적인 영속성! 그녀들이 세기의 클래식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요건들을 충족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반갑게도 이번 시즌, 이 스타일을 이끄는 대표적인 클래식 아이템들이 트렌드 최전방으로 선회했다. 그것도 무척 다채로운 제품군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디자인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나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것처럼, 이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특별한 요건이 따른다. 첫째는 클래식 패션 아이템의 기본기를 숙지하는 것. 둘째는 구닥다리처럼 보이지 않도록 그 멋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하는 기술. 마지막으로 클래식 패션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우아하고 세련된 애티튜드! 여기 아이템에 따라 그 해법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 지침서가 있다.

이번 시즌 클래식 무드를 이끄는 대표적인 아이템은 바로 캐멀 코트다. 옷장 속에 고이 간직 해둔 캐멀 코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주역은 클로에와 마이클 코어스. 과거 유행했던 숄 칼라의 캐멀 코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입는 방법부터 바꿔보자. 먼저 클로에 컬렉션에 서 스타일링 팁을 찾아보면, 낙낙한 실루엣의 캐멀 코트에 하늘거리는 누드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울 팬츠를 매치하고 여기에 얇은 갈색 벨트를 허리에 두르는 연출을 선보였다. 톤 온톤의 색상 조합으로 한층 부드럽고 세련된 캐멀 코트 룩을 완성한 것이다. 마이클 코어스식 연출법은 또 다르다. 단추를 가슴 골까지 푼 화이트 셔츠에 짧은 캐멀 코트를 걸치고 보잉 선글라스를 낀 모델 안느 개비는 다름 아닌 청바지를 입고 있다. 새롭게 캐멀 코트 한 벌을 구입하겠다면 다음의 쇼핑 팁도 기억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소재 선택이다. 캐멀 코트는 낙타의 털 색깔을 닮아 붙은 이름으로, 진짜 낙타 털을 사용한 알파카 소재의 코트를 고른다면 더없이 좋겠고, 보송보송한 울 소재나 좀 고가이긴 해도 멋에서는 진가를 발휘하는 캐시미어 소재를 선택해도 좋다. 실루엣은 소매와 몸통의 품이 어느 정도 낙낙한 오버사이즈 핏이 인기며, 테일러드 느낌을 강조한 칼라와 포켓 장식 정도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골라야 이번 시즌 다양한 스타일의 캐멀 코트 룩을 즐길 수 있다. 클래식 트렌드의 다음 주자는 펜슬 스커트다. 여성의 가녀린 허리를 지나 엉덩이를 부드럽게 감싸고 무릎까지 좁다랗게 떨어지는 길이로 다리를 은근히 드러내는 펜슬스커트는 클래식 아이템 중 가장 섹시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욱이 디자인을 잘 골라야 한다. 엉덩이 부분이 벙벙하게 뜨거나 헴라인이 곧게 떨어지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접힌다면 펜슬 스커트의 클래식한 멋은 기대할 수 없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펜슬스커트를 매치하는 식상한 스타일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레이스, 호피, 꽃무늬로 이탤리언 뷰티를 구현한 돌체앤가바나나 허리가 잘록한 재킷을 매치해 1960년대 무드의 스커트 슈트 룩을 완성한 니나 리치, 메시지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로 캐주얼한 멋을 가미한 모스키노 쇼로 눈을 돌려볼 것.

다음에 주목해야 할 클래식 아이템은 시가렛 팬츠. 다리를 감싸는 좁다란 모양이 마치 담배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인 시가렛 팬츠는 슈트로 연출했을 때 제대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1966년 입생로랑이 선보인 팬츠 슈트 ‘르 스모킹‘은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팬츠 슈트를 여자들에게도 입힌 역사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시가렛 팬츠를 보면 재킷과 한 벌로 입어야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테가 베네타 쇼의 모델 칼리 클로스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네이비색의 더블 버튼 재킷을 걸치고 한 벌의 시가렛 팬츠를 입고선 매끈한 보디라인을 위풍당당하게 빛냈다. 1990년대 미니멀리즘 룩을 재연한 이번 시즌 구찌 쇼에는 다양한 색상의 시가렛 팬츠가 등장했는데, 역시 가장 멋있는 스타일링은 엉덩이 선을 살짝 덮는 베이지색 재킷에 갈색의 시가렛 팬츠를 매치한 톤온톤 슈트 연출법이었다. 한 벌로 입는 것이 너무 차려입은 듯 한 느낌이라 싫다면 몸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롱 니트 스웨터에 시가렛 팬츠를 매치하고 앞 코가 뾰족한 스틸레토 힐을 신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부각한 스텔라 맥카트니의 쇼를 참고할 만하다.

이번 시즌 런웨이 위로는 불멸의 클래식 아이템인 리틀 블랙 드레스의 다양한 향연도 펼쳐졌다. 튤 소재와 새틴 소재를 사용해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강조한 보테가 베네타, 간결한 실루엣으로 고급스러움을 드러낸 세린느, 레이스 커팅으로 우아함을 불어넣은 돌체앤가바나, 레트로 무드를 가미한 니나 리치 컬렉션 등이 대표적이며, 이 컬렉션의 공통점은 디자인은 간결하고 디테일은 여성적이되 포인트 액세서리를 과감하게 활용했다는 점이다. 큼직한 목걸이나 비비드한 컬러 벨트와 슈즈, 반짝이는 클러치 등 액세서리에 힘을 실을수록 리틀 블랙 드레스의 멋은 더욱 빛난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가장 대중화된 클래식 아이템이자 어떤 무드에도 변화무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긴함, 사도 사도 또 사게 된다는 공통점을 가진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셔츠는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을 골라야 다양한 트렌드 룩에 활용하기 좋다. 물론 어깨와 암홀, 허리 라인 등 완벽한 핏을 자랑하는 재단과 고급스러운 소재는 꼭 동반되어야 하는 요소다. 새틴 보디슈트 위에 다양한 길이의 기본 턱시도 재킷을 입은 모델들을 ‘떼샷’으로 세운 돌체앤가바나 쇼의 피날레는 턱시도 재킷의 파워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에르메스 컬렉션에서는 가죽 소재를 입힌 매니시한 무드의 턱시도 재킷을 만날 수 있다. 재키 룩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무드의 턱시도 재킷 룩을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도 인상적이다. 또 에르메스, 입생로랑,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에서는 기본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를 어떻게 세련되게 변신시키는지 쏠쏠한 팁을 얻을 수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 <자이언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펄프 픽션>의 우마 서먼 룩에서도 남자의 로망과 같은 여성의 화이트 셔츠 연출법을 만날 수 있으니 감상해보길. 이 밖에도 트렌치코트, 스퀘어 백, 트위드 재킷과 코트, 펌프스, 니트 카디건 등이 이번 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클래식 무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앞서 강조한 클래식을 걸치는 사람의 우아한 애티튜드 즉, 당당하고 꼿꼿한 걸음걸이, 친절한 말투, 따스한 미소까지 더한다면 2010년 클래식 레이디의 영광의 주인공은 아마도 당신 차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