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형광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고, 끝내 승리를 일궈낸 스페인 선수들은 주먹을 쥐고 포효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이제 익숙해진 노래가 또 흘러나온다. “김미 프리덤~김미 퐈이아~” 를 들으며 축구를 둘러싼 음악을 떠올렸다.



드디어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형광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고, 끝내 승리를 일궈낸 스페인 선수들은 주먹을 쥐고 포효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이제 익숙해진 노래가 또 흘러나온다. “김미 프리덤~김미 퐈이아~” 를 들으며 축구를 둘러싼 음악을 떠올렸다.

“give me freedom, give me fire, give me reason, take me higher~” 무심결에 모든 사람의 귀에 물든 이 노래의 정식 제목이 ‘Wavin’ Flag COCA-COLA Celebration Mix’이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말리아 출신의 힙합 음유시인 케이난(K’Naan)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Wavin’ Flag COCA-COLA Celebration Mix’는 케이난의 앨범 <Toubadour>에 수록되었던 원곡 ‘Wavin’ Flag’를 2010 FIFA남아공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의 글로벌 캠페인을 위한 리믹스 버전이다. 이 노래가 썩 마음에 들었던 코카콜라는 케이 난 솔로 버전은 물론 세계 각국의 가수와 케이난이 함께하는 리믹스 버전을 다수 만들었다. 일본에서는‘아이’, 홍콩에서는 ‘장학우’가, 중동에서는 아랍의 브리트니 스피어스로 불리는 낸시 아즈람과 케이난이 함께 불렀다. 유튜브에는 피처링에 참여한 아티스트이 고국의 언어로 노래하는 여러 버전이 잔뜩 올라와 있다. 코카콜라의 귀가 꽤 좋았는지 이 노래는 월드컵 공식 캠페인 송인 샤키라(Shakira)의 ‘Waka Waka(This Time for Africa)’를 제치고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이 되었다. 한편 영원한 라이벌 펩시콜라는 알앤비 가수 에이콘(Aikon)과 함께 ‘Oh Africa’를 만들었는데, 강렬한 색감의 뮤직비디오와 아프리카 특유의 합창이 어우러진 멋진 곡이 탄생했음에도 전라도 사투리처럼 구수한 아프리카 발음으로 노래하는 케이난을 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케이난 2연승. 이 노래가 유독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은 이유는 역시 ‘남아공’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이국적 정취를 노래 한 곡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들썩들썩하는 흥겨운 리듬과 쉬운 가사가 세계인의 축제에 딱 어울린 것도 사실이다. 뮤지션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한 케이난은 이 곡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르며 월드컵 개막 콘서트의 무대에 섰다.

흥에 겨운 인간은 나무 밑동이라도 두드려서 최초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의 누적 시청자 수를 263억만여 명으로 추산했는데, 인기가 하락하는 추세라고 해도 여전히 올림픽을 보는 인구보다 3배나 더 많다. 음악이 없는 축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축구 음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쓰인 ‘The Fans- Ole, Ole, Ole; The Name of the Game’이다.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축구 시즌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풀 버전을 잘 들어보면 후렴에서 ‘사커, 사커, 사커’를 계속 외친다. 역시 축구를 위해 태어난 음악답다. 2002년의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로 윤도현을 말하는 사람도 많다. ‘오, 필승 코리아’ 한곡으로 윤도현은 마이너리그의 이미지를 단숨에 벗고 국민 가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월드컵 전후가 극과 극으로 바뀐 리키 마틴을 따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생긴 라틴 가수에 불과했던 리키 마틴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때 꽉 끼는 가죽 바지를 입고 ‘고고고! 알레알레알레!’를 부르면서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리키 마틴의 최대 히트곡 ‘La Copadela Vida’는 ‘The Cupof Life’라는 뜻. 가끔 재활용되는 음악도 있다. 축구 경기는 물론 온갖 경기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퀸의 ‘Wearethe Champions’는 1970년대 발표된 음악이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기해서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음악이 되었다.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축구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펫 숍 보이스는 자신의 노래 ‘Go West’가 붉은악마의 공식 응원가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며 반복하는 ‘고 웨스트’ 부분은 ‘한국’으로 개사되었다.

축구를 위한 음악들은 대부분 강렬하고 흥겹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축구 음악은 제1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흘러나왔다. 서로 총을 겨누고 싸워야 할 영국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언하며 함께 축구를 즐긴 것이다. 결과는 3대 2 독일의 승. 1914년 12월 24일 벨기에의 벌판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실화다. 미하일 유르크스가 지은 <크리스마스 휴전, 큰 전쟁을 멈춘 작은 평화>는 참혹한 전장에 기적을 불러온 건, 어느 독일 병사가 부르기 시작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