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볼 수 없기에 구석구석 더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당신의 몸이 있다. 말하고 싶어도 입 밖으로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 그 이름을 큰맘 먹고 불러본다. 당신의 ‘질’ 은 안녕하세요?



처음 종합 건강 검진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가운을 입고 뱃속에서 일제히 꼬르륵 소리를 낼 무렵. 나를 부르는 간호원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무심코 들어간 진료실에서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인과 전문의 김정한’. 아저씨 의사, 즉 남자 의사였던 것이다! 이런 반응에 익숙하다는 듯, 의사는 더욱 인자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하고많은 의과 중 부인과를 선택한 그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고문 의자 같은 의자에 양 다리를 올리고 검진을 받는 동안 느꼈던 수치심과 불쾌감이란! 잘못한 것도 하나 없고, 그저 건강 검진뿐이었는데도 내내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눈에도 안 들어오는 신문을 뒤적이고 있으려니, 옆에 동료가 털썩 앉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너도 다녀왔구나.’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문제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아무리 클리토리스에 대해 말해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셀 수 없이 무대에 올려져도 우리는 여전히 산부인과를 두려워한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무섭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사이 우리의 질은 각종 질병에 무방비 상태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여성 4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염이 있다. 질염은 마치 감기처럼 왔다 가는 경미한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본인의 몸을 더욱더 사랑하고 가꿔야 할 젊은 여성들이 올바른 대처는커녕 자신에게 나타나는 질염 증상도 자각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질염, 한번쯤 걸려보는 여름 감기 같은 것
질염의 원인이 되는 세균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더욱 성행하기가 쉬워, 여름철엔 특히나 질염에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더운 여름철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염에 대해 젊은 여성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 전 네이버 뷰티 커뮤니티 파우더룸 회원 12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질염 증상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평상시보다 냉의 양이 눈에 띄게 많아진 적이 있다(82%)‘, ‘투명하지 않고 고름 같거나 뻑뻑한 냉이 나온 적이 있다(59%)’, ‘외음부가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습진 같은 피부 증상이 나타난적이 있다(70%)’고 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면 이런 질염 증상을 느낀 여자들의 대처 방법은? ‘생리 전후 징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다(63%)’가 가장 많았으며,‘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매일 질 세정제를 사용한다(22%)’ 등 대다수의 여성은 질염에 대한 인식이 낮을 뿐만 아니라 치료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라면 누구나 질 안에 곰팡이 균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여성의 질에는 수많은 유산균이 존재해 질 내 환경을 약산성(pH4)으로 유지시켜 곰팡이 균의 번식을 방지하는데, 이 pH균형이 파괴 되어 질 내 환경이 변하면 곰팡이 균이 대량 증식하여 질염이 유발된다. 질염은 월경과 임신 등의 변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저하, 꽉 조이고 통풍이 안 되는 하의를 오래 착용했을 때 걸리기 쉬우며 원인균을 가진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을 때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질염이 성관계를 통해서만 감염된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곰팡이 균이 원인이 되는 질염은 칸디다, 트리코모나스등 원인균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각기 다른 증상으로 나타난다. 칸디다성 질염은 여성의 45%가 1년에 2회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의심스럽다면 병원 찾기, 또는 자가 치료제 사용하기
질염이 감기처럼 흔하게 나타나는 병이라 해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생식기 질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특히 임신을 했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질염이 1년에 4회 이상 재발하는 경우, 처음으로 질염 증상이 생겼다면 바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기 꺼려지거나 시간이 없을 때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까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형태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질정’이 대표적인 치료제. 항진균제 성분이 들어 있어 질염을 유발하는 곰팡이 균을 비롯해 각종 세균에 뛰어난 살균 효과를 보인다. 질정은 좌약 형식으로 질 안으로 삽입하는 약제이기 때문에 질 내부에 질염을 보일 때 사용하면 좋다. 단, 질정을 사용할 때는 취침 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생리 기간에는 가능하면 피할 것을 권한다. 특히 여름철은 곰팡이 균이 번식하기 쉬워 질염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고, 물놀이가 잦은 휴가철엔 질염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커지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곳’을 위한 4가지 습관
1. 매일 깨끗한 물로 부드럽게 씻어 청결을 유지한다. 향이 강한 비누, 질 세정제 등은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한다. 전문가들은 주 1회 이내로 질 세정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그 이상 사용하면 다른 유익한 균까지 살균시키기 때문이다.
2. 질은 항상 청결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샤워 후 세심하게 건조시키거나 ‘노 팬티‘의 자유를 충분히 즐긴 후 속옷을 입는 것이 좋다.
3. 면으로 된 속옷을 입는다. 꽉 끼는 바지나 레깅스, 거들을 되도록 멀리한다.
4. 설탕, 초콜릿 등 단 음식은 질 내의 당분과 산도를 높여 곰팡이 균이 번식하기 좋은 알칼리 환경으로 변화시킨다. 그래서 칸디다 질염은 당뇨 여성에게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