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열차는 어느덧 다음 시즌을 향해 경적을 울린다. 고급스러운 클린 룩을 지나 1960년대 레트로 무드, 오버사이즈 코트, 호피무늬, 모피 액세서리로 이어지는 13개의 트렌드 정거장이 당신을 다채로운 가을/겨울 패션 여행길로 안내한다.



SHINE ON
시퀸이나 메탈, 광택 코팅 등 반짝이는 소재와 장식은 올 가을/겨울에도 화려하게 빛날 전망이다. 이 트렌드 정거장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 팁은 반짝임의 균형을 맞추는 것. 랑방은 메탈릭 코팅 소재를 사용해 위엄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했지만 중간중간 주름이나 러플 장식을 가미, 고대 그리스의상인 키톤을 연상시키는 우아함을 양념처럼 사용했다. 주렁주렁 금속 장식을 매단 돌체앤가바나 컬렉션이 고루하지 않았던 이유도 스타일링의 강약을 조절한 레이스 소재 덕분. 1980년대 디스코 룩을 실용적으로 풀어낸 이자벨 마랑과 시퀸에 울, 저지, 니트 소재 등을 매치해 리얼 웨이에서 딱 입기 좋은 샤인 룩을 선보인 3.1 필립 림 컬렉션도 멋지다. 좀 더 대범하게 입고 싶다면 기세 등등한 바로크 왕실의 기사 같은 모델이 줄을이었던 발맹 컬렉션이나 시퀸과 깃털 장식으로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 구찌 컬렉션을 참고할 것.

LEOPARD GLAM
누군가 “가장 손쉽게 이번 가을/겨울 트렌드 여행에 성공하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망설임 없이 “호피무늬 정거장에 하차하세요!”라고 말하겠다. 코트도 좋고,미니 드레스나 펜슬 스커트, 시가렛 팬츠, 새틴 블라우스도 좋다. 옷이 부담스럽다면 가방, 앵클부츠,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괜찮다. 호피무늬만 걸쳤다면 당신은 곧 트렌드 리더로 점 찍힐만큼 이번 시즌의 대세는 단연 호피무늬니까. 호피무늬 연출의 고정관념을 깨는 에르메스, 엠마누엘 웅가로, 로베르토 카발리, 까샤렐, 모스키노 컬렉션을 참고한다면 이번 시즌 색다른 멋의 호피룩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WEAR THE HAT
20세기 초에만 해도 모자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었다. 요즘은 취향의 문제지만 올 가을/겨울에는 모두가 모자를 썼던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인 모자가 많이 선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펠트 소재의 페도라부터 일명‘빵모자’라 불리는 스컬 캡, 부드럽게 떨어지는 베레, 종 모양의 우아한 클로시, 매니시한 헌팅 캡까지 누구나 도전해볼만한 ‘쉬운’ 디자인의 모자가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패션의 완성을 모자로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GORGEOUS RIDER
어린 시절 봤던 그룹 소방차의 승마 바지만큼이나 나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 라이딩 룩이 대거 등장했다. 그간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던 라이딩 룩은 이번 시즌믹스 앤매치, 로맨티시즘이라는 코드를 입고 한결 감성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천둥번개와 말 울음소리로 쇼를 시작했던 디올, 페라가모의 남성복 디자이너였던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가 첫선을 보인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라이딩 룩의 페라가모, 카우보이 룩의 고급버전을 선보인 데렉 램, 울, 니트, 코듀로이 등 따뜻한 겨울 소재를 총동원한 랄프로렌 컬렉션 등은 마치 1920년대의 귀족들이 진짜 말을 탈 때 입었을 법한 우아하면서도 클래식한 라이딩 룩을 완성했다. 가죽코트에 시폰 드레스를 매치한 디올식 라이딩 룩이나 큼직한 케이프에 아찔한 쇼츠를 매치한 페라가모식 라이딩룩은 더없이 근사하다.

GRAY OR CAMEL
매 시즌 ‘ 잇 컬러’가 탄생한다.봄 /여름 시즌이 흰색과 베이지색이었다면 다음 주자는 회색과 캐멀색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색상으로 통일하면 시크함을, 톤 온 톤으로 매치하면 한결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포인트 색상을 조합하면 도회적인 인상을 풍길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회색과 캐멀색의 조합도 매력적이라는 것.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은 이 두 가지 색상의 교집합을 메인 컬러 팔레트로 선택해 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차가운 듯 세련된 회색의 향연은 클로에, 루이 비통, 질샌더, 스텔라 맥카트니 컬렉션에서, 따뜻한 캐멀색의 향연은 프라다, 지안 프랑코 페레, NO.21 컬렉션에서 감상할 수 있다.

SQUARE BAG
특정 브랜드의 가방이 잇 백이 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실루엣이 곧 잇 백이 되는 시대가 왔다. 그리하여 다음 시즌의 잇 백은 바로 스퀘어실루엣! 직선으로 똑 떨어지는 실루엣을 가방 쇼핑의 조건 1순위로 올리면 절반은 성공한다. 좀 더 세련되게 스퀘어 백을 들고 싶다면 손에 가볍게 쥐거나 스트랩이 긴 숄더백을 한쪽 어깨에 걸치면 된다.





MODERN FOLKLORE
오리엔탈부터 몽골풍까지, 다채로운 에스닉 무드가 이번 시즌 트렌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다양한 문화가 어울린 화려한 패턴의 조합, 이너웨어와 아우터의 믹스앤매치, 보헤미안의 감성까지 서린 올 가을/겨울의 에스닉 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토속적이거나 민속적인 색깔을 벗고 적절한 현대적 세련됨을 걸쳤기 때문. 대담한 레이어링으로 경쾌한 에스닉 쇼를 펼친 장 폴 고티에의 캣워크에서 만난, 자수가 놓인 에스닉 롱스커트에 바이커 재킷을 입은 모델처럼 말이다. 강렬한 색감이나 자수 장식, 기하학적인 패턴 등이 프린트된 의상을 이너웨어로 입고, 모던한 재킷이나 롱 코트를 걸치면 패션으로도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겠다

NEO MILITARY
지난 시즌 컴백한 밀리터리 무드는 이번 시즌 한층 ‘입고 싶은’ 스타일로 진화했다. 옷을 입고 금방이라도 전쟁터에 나가야 할 것만 같았던 딱딱한 분위기는 유려한 실루엣의 등장으로 기세가 한 풀 꺾였고, 남성적인 재킷에 시폰이나 레이스 등의 로맨틱한 소재를 매치하는 스타일링은 서정적인 감성마저 자극한다. 밀리터리와 에비에이터 룩을 맛있게 버무린 버버리 프로섬은 밀리터리 코트에 주름이 한껏 잡힌 시스루 드레스를 매치하고허벅지까지 매끈하게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를 신은 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드리스 반노튼은 똑같은 카키색 트렌치코트도 허리를 잘록하게 조여 A라인으로 연출하는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여기에 클러치를 매치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또 오스카 드 라렌타는 밀리터리 슈트에 모피 트리밍을 입혀 한층 고급스러운 멋을 강조했고, 막스마라는 차이나칼라의 상의와 벨트를 적극 활용한 매니시한 멋으로 밀리터리 룩의 신선한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다.

FUR ACCESSORIES
가을/겨울 시즌답게 캣워크 곳곳에는 모피코트의 화려함과 따뜻함이 내려앉았다. 눈에 띈점은 모피 코트의 풍성함을 한결 날씬하게 변신시킨 블록 형태의 디자인. 다양한 소재나 색상을 조합하거나 허리를 날렵하게 잡아주는 방식의 디자인 덕분에 모피 코트의 평균 연령대는 더 젊어질 전망이다.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옷과는 반대로 모피의 복실복실한 풍성함을 적극강조한 모피 액세서리들! 부츠부터 스누드, 모자,클러치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 장식처럼 등장한모피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니 모피 코트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은 이번 역에 얼른 하차하시라.




’6Os COME BACK
이번 가을/겨울 디자이너들이 1960년대에 주목한 점은 참 흥미롭다. 딱 7년 전, 이맘때에도 1960년대가 패션계의 화두였던 것. 그 당시 과거의 재현에만 머물러 있던 패션계는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마다의 맛깔스러운 색깔을 담은, 진보한 과거로의 회귀를 이야기한다. 미우치아프라다는 1950년대의 A라인 실루엣을 가미해 한층 여성스러운 1960년대를, 한껏 부풀린 업스타일 헤어의 자일스 쇼는 베이지색의 향연으로 성숙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1960년대로의 여행이라고 해서 촌스러운 패션이라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메리퀀트, 파코라반 등 현대적인 동시에 미래적인 실루엣을 지향했던 디자이너들이 완성한 1960년대스타일은 지금봐도 충분히 세련됐다.

OVERSIZE VOLUME
파리 컬렉션에서 수첩에 별표를 그리며 예견한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오버사이즈! 랑방의 알바 엘버즈는 마름모꼴의 빅 코트 하나로 캣워크를 숨죽였고,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커다란 소매가 달린 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몽환적으로 워킹하는 모델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재킷보다 더 큰 가방으로 위트를 더했고, 하이더 아커만은 커다랗게 둥글린 하이칼라의 재킷을 줄줄이 선보이는 등 오버사이즈 볼륨은 파리의 ‘쇼다운’ 쇼를 감상하는 관전 포인트였다. 남들과는 차별화된 멋으로 리얼웨이 트렌드에 정면 승부하고 싶다면 이 트렌드 정거장에 하차할 것을 권한다. 남자친구의 것을 빌려 입은 듯한 품이 낙낙한 코트나 재킷 하나면 충분히 근사하며, 혹시 뚱뚱해보일까 염려된다면 허리와 다리 선은 꼭 날씬하게 연출하자.

CLEAN & CHIC
2010 가을/겨울 시즌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컬렉션에서는 완벽한 재단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선사하는 간결한 멋의 상업성에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부각되고 있는 트렌드 키워드가 바로 미니멀리즘 무드! 짙은 네이비색과 흰색의 조합의 클린 룩을 선보인 세린느, 이번 시즌 유행 컬러로 떠오른 회색을 주조로 칼날 같은 실루엣을 완성한 스텔라 맥카트니, 따뜻한 베이지색의 톤 온 톤매치로 여성스러움을 담아낸 클로에 등의 컬렉션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반듯하게 떨어지는 재단과 부드러운 겨울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한껏 부각했다. 클린 룩 정거장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은 모노톤 계열의 세련된 색상 조합, H라인 스타일링, 보기에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울 소재를 선택하는 것에 답이 있다.

MIDI BOOTS
가을/겨울 시즌을 열 새로운 슈즈 트렌드는 무엇일까? 플랫폼이나 스트래피 슈즈, 사이하이나 앵클 부츠 등 이미 신발장을 채우고 있는 슈즈 말고 뭔가 새로운 디자인을 찾고 있다면 미디 부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정쩡한 길이 때문에 다리가 짧아 보인다는 편견으로 외면당했던 미디 부츠는 지금 한창 유행 중인 레인 부츠를 연상시키는 낙낙한 실루엣과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멋지게 컴백했다. 1960년대 무드의 버튼 업 코트나 A라인 밀리터리 롱 코트에 매치하면 한결 어려 보이고 발랄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