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첫 만남, 탐색, 호감, 그리고 애정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파노라마는 비단 남녀 간의 연애사에만 있는 건아니었다. 그 다채로운 감정의 변화를 겪고 필라테스 2주 차에 접어든 지금, 내 몸과 마음은‘당신 없이는 못살 것같다’ 고 고백하고 있다.





망설임 필라테스가 안드로메다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트레이너와 1 대 1로하는 수업이라 수강료가 굉장히 비싸다는 것과 연예인들이 주로 단골이라는 것, 구름사다리와 덤블링을 합쳐놓은 듯한 기괴한 기구로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필라테스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 실체를 처음 본 건 선배의 필라테스 화보 촬영장에서였다. 필라테스 기구(나중에 알고 보니 캐딜락이라 불리는 기구였다)를 처음 본 순간 크고 섬세한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가 떠올랐다. 곧이어 머리를우아하게 부풀리고, 검은색 보디 슈트를 입은 김세아가 사뿐사뿐 걸어와 기구 앞에 섰다. 양손으로 철봉을 잡은 그녀는 스프링처럼 순식간에 튀어올라 활처럼 몸을 휘더니 철봉에 매단 고리에 두 발을 끼워 넣었다. 학처럼 가늘고 긴 팔다리를 우아하게 뻗는 모습을 보며 발레리나를 떠올렸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그 뒤로 몇 번 필라테스를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필라테스는 남다른 유연성과 근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다.

첫 만남 그러다 여름휴가를 한 달 앞두고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필라테스 스튜디오를찾았다. 트레이너와 인사를 나누고,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나의 몸 상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은 주로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20~30대 회원 중에 자세나 척추 교정을 위해서 필라테스를 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예전에는 운동을 하는 이유가 주로 다이어트였는데 요즘은 자세 교정이나 통증치료, 어깨 결림 때문에도 많이 찾아요.” 박지영트레이너의 말이다. 간단한 차트 작성이 끝나면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된다. 다리를 붙이고 똑바로 서보라고도 하고, 기구 위에 등을 대고 누우라고도 하는데, 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처럼 긴장이 됐다. 다행히 크게 뒤틀어지거나 기울어진 곳은 없고, 복근도 제법 단단한 편이라고 했다.척추측만증이나 허리통증처럼 치료나 재활훈련이 필요한 경우는 정밀한 검사를 거쳐 스포츠의학 전문의와 트레이너가 함께 프로그램을 짜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상담을 통해 트레이너가 결정한다. 필라테스는 탄성밴드와 볼, 롤러 등의 도구를 이용해 매트에서 하는 매트 필라테스와 필라테스의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가 개발한 기구를 이용하는 기구 필라테스로 나뉘는데, 트레이너와 1 대 1, 1 대 2로 수업을 받는 경우는 두 가지 필라테스 동작을 가미해 복합적으로 구성한다. 50분간 진행되는 수업은 근력을 강화하는 동작과 스트레칭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탐색 1. 호흡법 익히기 매트 필라테스 동작 중에는 등을 C자로 구부리는 고양이 자세나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자세처럼 요가와 흡사한 동작이 많다. 그래서 필라테스를 요가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요가와는 호흡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요가를 할 때는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복식호흡을 하지만, 필라테스는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흉식호흡을 한다. 들이마실 때는 갈비뼈를 양 옆으로 연다는 기분으로, 내쉴 때는 입김을 불듯이‘ 하’하고 최대한 길게 내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세를 취하고 나서 일정 기간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는 요가와 달리, 필라테스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몸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호흡과 복부를 조절하며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탐색 2. 기본 동작 배우기 호흡법을 어느 정도 익혔으면 필라테스의 기본 동작을 배운다. 가장 처음 익힌 동작은 복부의 가장 안쪽 근육인 복횡근의 수축과 이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법이다.“꼭 끼는 청바지를 입고 팬츠 위로 튀어나온 배를 모조리 집어넣는다고 생각하고 배를 등 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겨요.” 배가 납작해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숨을 후후 내뱉는 연습을 여러 번 반복했다“. 동작을 할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복횡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해요.” 박지영 대표의 말이다. 다음에 배운 C커브 동작 역시 복횡근을 쓰는 운동이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눕고 무릎은 굽힌 상태에서 복횡근에 힘을 주어 등이 안쪽으로 커브를 그린다는 느낌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꼬리뼈부터 척추를 한 마디씩 바닥에서 떼어낸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들어 올리고, 다시 척추 윗부분부터 한 마디씩 바닥에 닿는 느낌으로 천천히 내려와요. 쉬워보이지만 동작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바른 자세가 나와요.” 그 다음은 천장을 바라보고 눕는 동작을 배웠는데, 척추가 S자를 그리도록 목과 허리가 바닥에서 살짝 들려 있고, 꼬리뼈는 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필라테스 동작 중 이 상태에서 팔이나 다리를드는 자세가 많은데, 꼬리뼈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팔다리를 움직일 때 척추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감 1. 매트 필라테스 둘째 날부터는 도구를 이용한 동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주 쓰는 도구는고무의 탄성을 이용한 탄성밴드와 스티로폼과 유사한 소재로 만든 통나무 모양의 롤러, 짐볼,배구공 크기의 볼 등인데, 하나의 도구로 할 수 있는 동작이 열 가지를 넘는다. 특히 탄성밴드는발에 걸면 다리 운동, 손으로 잡으면 팔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쓰임이 많다. 양손으로 밴드를 잡고 등 뒤로 넘겨 팔을 굽혔다 펴거나, 팔을 편 상태를 유지하며 손을 위로 모았다 아래로 모으는 동작을 반복하자 뭉친 어깨 근육이 시원하게 풀리는 게 느껴졌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있으면 뒷목과 아랫부분이 단단하게 뭉치는데 탄성밴드를 옆에 두고 쉬는 시간마다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을 대고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도 밴드의 저항성을 이용하니 훨씬 수월하고 재미도 있었다. 수영장에서 가지고 노는 고무공과 흡사한 작은 공은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단련하는 데 더없이 좋은 도구다. 무릎이나 발목 사이에 끼고 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간단한 동작인데도 효과는 탁월하다. 롤러는 탄성밴드만큼이나 쓰임이 다양하다. 등 뒤에 깔고 누워 가슴과흉근을 스트레칭하는 동작에도 쓰이고, 발이나 팔을 올리고 운동할 수도 있다. 짐볼은 마무리스트레칭을 할 때 더없이 좋은 도구. 등을 대고 누워서 팔다리를 아래위로 길게 뻗으면 정말 척추마디마디가 이완되는 기분이 든다. 매트 필라테스에 쓰이는 도구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아 올바른 자세만 잘 익히면 집에서 혼자서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처음에는 트레이너를 통해 배우는 것이 좋다. 매트필라테스 클래스는 최대 5명까지 그룹 수강이 가능하다.

호감 2. 기구 필라테스 넷째 날부터는 매트 필라테스와 기구 필라테스를 병행했다. 대표적인 필라테스 기구로는 캐딜락, 리포머, 운다 체어, 래더 배럴 등이 있다. 겉모습만 보면 동작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을 것 같지만 수준에 따라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기구의 도움을 받으면 근력으로 불가능한 동작도 취할 수 있어 근력이 약한 부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구 필라테스는 기구의 특성상 수준별로 동작이 달라지기도 하고, 트레이너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해1 대 1 혹은 1 대 2 클래스만 운영된다. 캐딜락은 사각 봉과 팔이나 다리를 걸 수 있는 홀더, 스프링으로 이뤄졌으며 환자들의 근력과 유연성 향상을 위해 고안한 기구로 척추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다른 기구에 비해 고난이도의 동작이 많은 편이다. 베드와 레일, 밴드, 여러개의 스프링으로 이뤄진 리포머는 베드에 거는 스프링의 수를 조절해 운동의 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어려운 동작부터 쉬운 동작까지 응용이 가능하다. 등을 대고 베드에 누워 풋바에 발을 올리고 스프링의 저항성을 이용해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취할 수도 있고, 베드 위에 박스를 올리고 배를 깔고 누워서 하는 동작도 할 수 있다. 정사각형 체어와 손잡이, 스프링이 연결된 페달로 이뤄진 운다 체어는 히프와 무릎 관절, 발목, 복근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많이 이용된다. 바퀴처럼 둥근 체어와 사다리로 구성된 래더 배럴은 마무리 스트레칭을 할 때 특히 좋다. 둥근 체어에 등을 대고 팔을 위로 뻗으면 척추의 마디마디가 하나씩 정돈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근육이 이완된다.

애정 지난 2주 동안 하루 건너씩 아침 시간에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았다. 조금만 운동을 해도 근육이 붙는 체질이라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했지만, 사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변화를 스스로 느낄 정도가 되려면 일주일에 2번 이상 3개월 정도는 꾸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삶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필라테스는 땀을 많이 흘리거나 힘든 운동이 아니어서 아침 운동으로 더없이 좋다. 필라테스를 하고 출근을 하면 몸도 가볍고, 머리도 맑아지는 기분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어가던 시점에 시작한 필라테스는 생체시계를 아침형 인간으로 돌려놓았다. 탄성밴드와 짐볼을 사서 매트 필라테스 때 배운 동작을 응용해 매일 저녁 10분씩스트레칭을 하고 자는데,다음 날 일어나면 몸이 훨씬 가뿐해진 게 느껴진다

DNG필라테스
네바다 주립대학과 DKblancing사의 필라테스 국제 강사 자격증과 한국 내에서 필라테스 국제 강사를 양성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박지영 대표가 2006년에 설립한 스튜디오. 현재 16명 이상의 국제강사가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네바다 주립대학의 돌리 켈레페즈 교수와 연계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시행한다.청담동에 나무점과 하늘점 두 곳을 운영중이다. 1대1 레슨과 듀엣 레슨이 기본이며, 수강료는 1대1 레슨은 1회당6만원, 듀엣 레슨은 4만원이다. 최대5명까지 함께 들을 수 있는 매트 클래스는월 4회에 12만원이다.문의 02-545-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