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간결한‘미니멀리즘’무드가 화려함 일색인 서머 룩 트렌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흰색, 베이지색, 검은색을 주조로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표현된 이번 시즌 미니멀 의상들은 요란한 멋을 잠재우는 독보적인 세련미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1 인조가죽 클러치는 4만원대, 단 스토리(Dan Story). 2 리넨 소재 재킷은 59만5천원, 마인(Mine). 3 프린지 장식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재킷은 19만8천원, 코데즈 컴바인 (Codes Combine). 4 비대칭 실루엣의 레이온, 실크 혼방 소재 원피스는 64만5천원, 타임(Time). 5 플라스틱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33만원, 존 리치몬드 바이 다리 인터내셔널(John Richmond by Dari International).

미니멀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 는 예술 및 문화 사조로, 모든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것을 표현하려 한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시작으로 패션계에도 본격화된 미니멀 리즘 무드는 이번 시즌, 이 사전적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의상으로 정점에 이른 멋을 펼친다. 흰색, 베이지색, 검은색 등 모던한 컬러 팔레 트에 더해진 간결한 실루엣과 면, 리넨, 실크 등의 자연적인 소재, 이 삼박자의 조화는 어느 때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미니멀리즘 룩을 표 현하고 있다.

이번 봄/여름 시즌에 미니멀리즘에 주목하게 만든 이는 세린느로 컴백 한 디자이너 피비 필로였다. 트로피컬, 에스닉, 밀리터리, 란제리 무 드 등 화려하고 자극적인 의상들 사이로 조용히 등장한 그녀의 내추럴 미니멀리즘 룩은 곱씹을수록 더욱 매력적인 멋으로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그녀가 선보인 흰색과 베이지색의 세련된 조화는‘ 피비 필로식 미니멀리즘’으로 불릴 정도로 화제다. 칼라가 없는 클린 컷의 화이트 셔츠에 베이지색의 리넨 미니스커트나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조화는 간결한 요소들의 어울림이 얼마나 근사할 수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손꼽히는 캘빈 클라인 또한 내추럴 미니멀리즘에 푹 빠졌다. 수석 디자이너인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자연 염색을 입힌 주름 소재로 예술성이 돋보이는 컬렉션을 완성했다.염색으로 자연스러운 프린트가 완성된 의상을 입은 캘빈 클라인 쇼의 모델들은 단 하나의 액세서리도 걸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화려했다. 질 샌더의 라프 스몬스 역시 자연주의를 잔뜩 머금은 미니멀리즘 룩에 주력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재단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입체적인 장식들은 질 샌더만의 미니멀리즘 룩으로 새로운 멋을 발산한다. 마치 끝단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리넨 재킷은 건축적인 포켓 장식 하나로, 그저 덜 만들어진 옷에서 풍부한 감성을 전하는 의미 깊은 옷으로 거듭났다. 역시 미니멀리즘 룩의 제 맛은 완벽한 재단에 있다.

6 실크 소재의 스카프는 55만원, 아뇨나(Agnona). 7 실버 소재 귀고리는 10만원대, 필그림(Pilgrim). 8 레이온, 리넨 혼방 소재의 쇼츠는 8만8천원,리스트(List). 9 실버 뱅글은 27만원, CK주얼리 (CK Jewelry). 10  가죽 스트랩 슈즈는 1백만원대, 발렌티노(Valentino).

자연주의 콘셉트가 새로운 멋을 전한다면 한층 도회적으로 해석된 미니멀리즘은 지금 옷장에 걸린 옷으로도 충분히 연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먼저 후세인 샬라얀의 쇼는 검은색 티셔츠와흰색 버튼 업 펜슬 스커트, 화이트 셔츠와 쇼츠 등의 심플한 조화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니멀리즘 룩을 선보였다. 여기에 챙이 넓은 카플린 모자를 쓰면 고급스러운 젯셋 룩도 연출할 수 있다. 또 로맨틱한 파스텔 색상도 간결한 실루엣을 만나면 더없이 세련돼 보인다는 것을 증명한 타미 힐피거 컬렉션은 모노톤의 컬러를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시크 스포츠 룩을 세련되게 표현한 구찌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다. 레깅스처럼 다리에 밀착되는 스판 소재의 시가렛 팬츠에 헐렁한 윈드브레이커 점퍼를 매치하거나 민소매 셔츠를 매치하는 식의 스타일링은 간결함이 오히려 글래머러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슬릿 장식을 과감히 사용한 스판 미니드레스는 섹시하면서도 활동적이고,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팔색조 같은 멋으로 눈길을 끈다. 클래식한 스포츠 룩을 선보인 에르메스 쇼에서는 점프슈트와 테일러드 재킷의 세련된 조화를 엿볼 수 있는데, 도심에서는 물론 고급스러운 리조트 룩으로도 손색없다. 또 절제미가 돋보이는 고급스러운 화이트 룩을 선보인 입생로랑 컬렉션, 비대칭 실루엣이 주는 과감한 멋의 베르수스 컬렉션, 심플한 미니드레스에 스트래피 슈즈로 재미를 더한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도 다채로운 미니멀리즘 룩을 위한 스타일링으로 참고할 만하다. 봄의 절경을 펼쳐 보이는 꽃무늬 의상이나 이국적인 아프리칸 무드, 하와이언 프린트의 트로피컬 무드 등 봄, 여름 시즌에 제격인 트렌드도 매력적이지만 이번 시즌 남들보다 한 수 위인 패션을 즐기고 싶다면 미니멀리즘 무드가 제격이다. 잘 재단된 클린 컷에 고급스러운 소재와 색감을 더한 의상으로 연출하는 미니멀리즘 룩은 멋 내지 않은 듯 멋스러운, 고수다운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 이때 액세서리, 헤어, 메이크업 등 다른 요소들도 절대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즘 무드를 즐기는 핵심이다. 또 하나, 잘 다려서 구김 없이 입는 것이야말로 미니멀리즘 룩을 즐기는 첫째 요건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