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회를 맞은 2010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화려한 축제의 장을 펼쳤다. 현장에서 포착한 따끈따끈한 패션&뷰티 트렌드,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진풍경, 쇼의 숨은 뒷애기까지, 그 생생한 취재의 기록들.



Exciting Lips
이토록 자극적인 입술을 본 적 있는가? 오렌지와 버건디, 그리고 레드와 핫핑크로 이어지는 립 컬러의 향연은 런웨이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이기 충분했다. 지춘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시노는 “입술에 강렬한 컬러를 입히면 확실히 섹시한 이미지가 살아나죠. 진한 컬러일수록 더 그래요. 이때 다른 부위의 메이크업은 최소화해야 세련되어 보여요” 라고 말하며, 입생로랑의 버건디 컬러 립스틱을 모델 지현정의 입술에 펴 발랐다. 눈길을 끈 또 하나의 립 컬러는 다름 아닌 오렌지! 올봄부터 유행할 전망인 이 컬러를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립스틱은 맥의 모란지다. 실제로 김재현 쇼에 섰던 모델들 대부분이 이 컬러로 메이크업을 했다. 그 밖에도 노승은, 이윤정의 쇼 역시 레드와 핫핑크 등의 강렬한 립 컬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Wearable Hair
이번 패션위크 기간만큼은 곳곳의 쇼에서 일상에 활용하면 좋겠다 싶은 웨어러블한 헤어스타일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중적인 스타일이대부분이라 바로 따라 하고 싶었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건 김재현과 김동순 쇼에 등장했던 헤어스타일. 김재현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모델 지현정은 앞 부분의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고 뒤쪽 부분은 아래로 최대한 내려 묶어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또김동순 쇼에서 만난 모델 이혜정은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면서 “앞가르마를 탄 데다 양옆으로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웨이브 헤어라 정말 여성스러워 보이네요. 쇼장 밖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스타일이라 관객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Last Stage
마지막 모습은 언제나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피날레 무대를 그저 모델들이 줄지어 다시 한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더 신경 쓴 디자이너가 많았다. 지춘희의 피날레는 모델이 모두 함께 나와 음악에 맞춰 춤추며 1920년대 재즈 바 분위기를 연출했고, 스티 브 앤요니는 무대에 설치한 굴뚝 위로 올라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쇼를 끝냈다. 곽현주는 마지막에 쇼장 가득 새하얀 눈을 날리는 극적인 연출을 했고, 장광효는 피날레 무대만 위해 모델 모두에게 똑같은 케이프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이들의 컬렉션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 건 아마 특별히 더 아름답고 재미있었던 마지막 무대 때문일 거다.



Artistic Sensation
이번 시즌 역시 다양한 쇼에서 아티스틱한 콘셉트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박윤수 쇼에 등장항 화이트 헤어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번개 머리 콘셉트여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또 이도이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모델 박예운은 인조 속눈썹을 아래위로 붙이고는 수줍은 듯 카메라를 향해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이런 재미난 콘셉트의 메이크업은 잡지 화보나 광고 촬영장보다는 패션쇼에서 더 많이 해보는 것 같아요. 눈을 깜빡거리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새로운 메이크업이라 정말 흥미로워요.”

Beauty Rules
정신없이 분주한 건 어느 백스테이지에 가건 마찬가지다. 물론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등 해외에서 열리는 컬렉션의 백스테이지는 이것의 몇 배를 능가할 만큼 정신없지만,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기에 무엇보다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건 거기나 여기나 매한가지. 앞 쇼를 마치고 시작하기 몇 십분 전에 도착해 분주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평을 늘어놓거나 거울 앞으로 달려가 몰래 수정을 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몇 달 전 방문한 뉴욕 컬렉션의 백스테이지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 이 안에서 발견한 메이크업의 몇 가지 룰은 첫째, 메이크업 시작 전 수분 마스크로 피부 달래기, 둘째 립스틱 바르기 전 립밤을 발라 입술 상태 정리하기, 셋째 모든 메이크업은 브러시를 이용하기, 넷째 컨실러와 면봉을 최대한 활용하기. 헤어의 경우 복잡한 스타일링은 미리 만들어진 가발을 쓰는 것으로 대신하고, 작업하기 쉽게 시작 전에 스타일링 무스나 스프레이를 모발 전체에 뿌려 짧은 시간 안에 스타일링을 마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불문율을 지켜야만 시간에 쫓기고 정신없는 백스테이지 안이 잘 굴러갈 수 있단다“. 여러 종류의 빗이 늘 앞주머니에 꽂혀 있죠. 필요할 때면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어 바쁠 때 이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김재현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헤어 아티스트 김선희의 말에서 다시 한번 백스테이지의 분주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Stars in Black & White
드레스업에서 ‘블랙 앤 화이트’ 는 진리다.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스타들도 그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나 보다.
김하늘 시폰 원피스와 함께 심플한 화이트 재킷을 매치한 청초한 모습으로 지춘희 쇼 프런트로를 빛냈다. 재킷의 사이즈를 조금 넉넉한 것으로 고른 센스에도 박수를!
심은진 검은색 슈트와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으로 스모킹 룩을 완성한 심은진. 보라색 도트 프린트의 커다란 스카프로 경쾌하게 마무리했다.
공효진 넉넉한 사이즈의 보이프렌드 핏 재킷과 쇼츠를 매치하는 트렌디한 스타일링을 선택했다. 거기에 빨간색 입술과 하늘색 티셔츠를 매치한 감각이 돋보인다.
이세은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비대칭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러플 디테일의 미니드레스로 우아한 드레스업 스타일을 보여줬다.

무대 위의 스타
몇몇 스타의 모델 뺨치는 워킹은 런웨이를 한층 더 빛나게 만들었다. 탤런트 김지훈은 송혜명 쇼에 등장해 다부진 워킹을 선보였는데, 펑키하면서도 터프한 쇼의 콘셉트에 너무도 잘 맞는 룩을 연출해 많은 사람의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강동준 쇼에 등장한 탤런트 이정진은 특유의 남성적이고 섹시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런웨이를 누볐다. 보잉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그토록 잘 어울리는 사람은 오직 그뿐! 김재현 쇼에 등장한 이혜영 역시 그녀만의 세련된 감성을 잘 녹여냈는데, 오렌지색 립스틱이 매우 잘 어울려 마치 그녀를 위해 선택된 컬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을 정도였다.



Simple Smoky
이번 패션위크에서 발견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과하지 않아 오히려 시크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춘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모델 송경아는 “검은색으로 눈꺼풀의 위아래 라인에 굵은 선을 그리듯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이라 마음에 들어요. 역시 고원혜 원장님의 손길이라 다르네요” 라고 말하며 이번 메이크업 콘셉트에 찬사를 보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 역시 “과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이제 트렌드가 아니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보이도록 라인의 끝을 올리는데 윗라인뿐 아니라 언더라인까지 동일하게 그려 세련된 스모키 메이크업을 완성했어요. 에지 있어보이지 않나요?” 라고 말하며 이번 메이크업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안윤정 쇼에서의 스모키는 언더라인에 작은 스팽글을 붙여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과도한 스모키를 대신했다.

Go White
디자이너 진태옥과 한송, 곽현주 쇼에서 보여준 화이트 메이크업은 런웨이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메이크업이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송과 곽현주 쇼의 화이트 메이크업이 눈가 섀도에 집중했다면 진태옥 쇼의 메이크업은 올 화이트로 메이크업해 오금을 저리게 하는 얼음 마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하얀 피부에 하얀 아이라인도 모자라 입술까지 하얀 색깔로 칠했던 것!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모델 허보미가 “싸늘한 느낌의 메이크업이 진태옥 선생님의 옷과 아주 잘 매치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디자이너 진태옥이 한마디 거들었다. “얼음 속에서 막 출몰한 요정이 콘셉트죠. 아주 차갑고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면서 의상은 최대한 심플하고 슬림한 것들만 모아봤어요. 결국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거룩한 패션이 재탄생되는 거죠.”



20th vs.1st 디자이너 인터뷰
쇼라면 지긋지긋할 만큼 많이 한 진태옥과 이번 패션위크를 통해 첫 신고식을 치른 윤세나의 같고도 다른 디자이너 이야기.

진태옥
꼿꼿이 앉아 쇼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델들의 헤어스타일부터 컬렉션 의상 하나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그녀는 여느 디자이너보다 열정이 넘쳤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allure 힘들지 않으세요? 어쩜 그리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세요?
진태옥 전혀 힘들지 않아요. 저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또 쇼를 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겠어요. 이렇게 신나는데요. allure 쇼라면 지긋지긋하게 하셨을 텐데, 아직도 그렇게 좋으세요? 어디서 그런 열정이 샘솟는 것일까요?
진태옥 평소에는 힘들다가도 쇼를 준비하는 시점이 오면 에너지가 생겨나요. 이번에는 또 어떤 테마의 쇼를 만들어보지? 어떤 디자인에 도전해보지? 아직도 이런 생각만으로 흥분된답니다.
allure 몰래 의상을 좀 봤어요. 가까이에서 보니 장식이 무척 섬세하네요. 모피도 새로워요. 어떤 쇼를 준비하셨나요?
진태옥 이번 쇼의 테마는 ‘0도’ 입니다. 실루엣은 굉장히 심플해요. 대신 스트럭처가 강한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allure 이번 패션위크에서 첫 쇼를 하는 디자이너도 있어요. 선배로서 어떤 기분이 드나요?
진태옥 어머, 첫 쇼를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후배 디자이너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쇼를 한다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쉬운 게 아니거든요. 후배들이 지치지 않고 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쇼가 끝났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관객들에게 90도로 인사를 건넨다. 마치 이 무대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듯한 심오한 표정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윤세나
한 케이블 방송 패션 프로그램에서 세계 패션 스쿨 방문기를 다룬 적이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 앤 드뮐미스터 등 벨기에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를 배출한 앤트워프 로얄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로 소개된 그녀는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이 남달라 보였다. 혹시 나중에 기자와 디자이너로 만날 일이 있을까 하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짓말처럼 서울패션위크에서 만났다.
allure 어떻게 이번 쇼를 하게 되었나요? 윤세나서울패션위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오디션 후에 바로 참여해보라는 반가운 답변이 왔어요. allure 첫 쇼를 하는 디자이너가 가장 크게 비중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윤세나 아무래도 의상 콘셉트를 잡는 것이죠. 첫 컬렉션이다 보니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프트코어(하드코어보다 덜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를 의미한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감하면서도 재미있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allure 신인 디자이너로서 가장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요?
윤세나 좋았던 부분은 물론 쇼를 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죠. 힘들었던 부분은 한국 패션 실정을 잘 모른다는 점이었어요.
allure 오랫동안 서울패션위크를 진행해온 선배 디자이너들을 보면 어떤가요?
윤세나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제까지의 집념과 매년 두 번씩 컬렉션을 진행하는 열정, 그렇게 오랫동안 쇼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점이 너무 부러워요.
allure 쇼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윤세나다행히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리고 좋은 소식도 있어요.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Fashion Chic’ 라는 숍에 8월부터 제 옷이 걸리게 되었어요. 또 런던 패션위크 참여 제의를 받았어요. 너무 기뻤고, 지금 고심 중에 있어요. 앞으로 그저 옷을 만들어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젊은 가치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기자로서의 촉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제 고작 첫 쇼를 한 디자이너가 런던 패션위크 참여 제의를 받았단다. 그녀가 한국 디자이너라는 것과 그녀를 인터뷰이로 선택했다는 것에 뿌듯함이 몰려온다.



Chic Eyeline
라인 메이크업의 인기는 올 한 해 계속해서 이어질 듯하다. 박항치, 신장경, 지춘희, 설윤형 등의 쇼에서 발견한 블랙 아이라인 메이크업은 도도하고 세련된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런웨이를 수놓았다. 디자이너 신장경은 “블랙 아이라인을 통해 고혹적인 세련미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이번 쇼의 콘셉트인 ‘울트라 시크’ 와 아주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이에요”라고 말하며, 블랙 메이크업을 선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 블랙 아이라인 메이크업이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만은 확실한 듯. 이에 메이크업을 담당한 순수의 이지현 실장은 “라인을 길게 빼면 도도한 이미지가 살아나면서 눈이 커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너무 심하면 강해 보이면서 인상이 나빠 보일 수 있어요. 그러므로 일상생활에 응용하려면 자신의 눈의 길이보다 3~5mm 이상 길게 그리는 것은 피하세요” 라고 말하며 지나치게 과장된 라인 메이크업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모델이 뽑은 베스트 메이크업
쇼의 콘셉트와 잘 맞고 인상적이었던 메이크업이 무엇이었는지 이번 서울컬렉션의 런웨이 선 모델들에게 물었다. 모델들이 가장 많이 꼽은 건 김재현 쇼의 메이크업. 밀리터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의상을 부각하는 오렌지색 립스틱은 장윤주를 비롯해 이현이, 최은정, 이솜 등의 모델이 ‘넘버원’으로 꼽는 베스트 메이크업으로 등극했다. 지춘희 쇼의 메이크업을 최고로 꼽은 모델 장수임은 세련된 스모키와 누드 컬러 입술이 남장 여자의 역할을 맡은 자신의 룩을 잘 살렸다고 이야기했다. 거기에 어우러진 오렌지색 블러셔도 마음에 들었다고. 또 모델 신재이는 설윤형 쇼의 눈꼬리가 바짝 올라간 아이라인과 페일한 입술 메이크업이 베스트였다고 말했고, 이혜정은 검은 눈물을 흘리듯 그린 블랙 아이 라인과 오렌지색의 양 볼이 백발 가발과 잘 어울려 인상적이었다며 양손의 엄지를 치켜올렸다.



의리가 빛난다
끈끈한 우정과 의리가 존재하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패션업계이다. 벌써 몇 년째 지춘희 쇼의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는 메이크업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 직접 메이크업을 하는 것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아우른다. 아티스트들이 점점 백스테이지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에서 그녀의 이러한 의리는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터. “지춘희 쇼만큼은 매년 계속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어요. 워낙 훌륭한 디자이너니까 제가 함께할 수 있는 게 영광이죠.”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공을 돌리는 고원혜의 겸손한 마음가짐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또 단짝 친구로 소문난 장윤주와 송경아 역시 지춘희 쇼에 나란히 등장해 우정을 과시했다. 엄마와 딸 지간인 디자이너 진태옥과 노승은 또한 이번 서울 컬렉션에 나란히 등장해 변치 않는 위력을 과시했다. “저는 제 딸의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이번 컬렉션에 무슨 옷이 등장할지조차 전혀 모른답니다.” 다소 차갑게 들릴 수 있는 진태옥의 말이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딸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진정한 배려가 깃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성복의 진화
남성복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남성복 쇼는 이제 더 이상 딱딱한 테일러드 슈트로만 채워지거나 칙칙한 컬러 일색이 아니다. 너무 예쁘기만 해서 낯 간지러운 여성복보다 차라리 요란하지 않은 컬러와 디테일, 위트가 있는 남성복을 직접 사서 입고 싶을 정도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그런 남성복을 몇 벌 발견했는데,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한상혁의 기하학적인 프린트 니트 점프슈트, 파란색과 회색이 매치된 최범석의 올 뜯긴 니트, 어깨가 뾰족한 송지오의 베스트, 그리고 김서룡의 컬렉션에 등장한 보라색 스트라이프 니트 티셔츠와 빈티지한 프린트의 롱 니트 카디건!

초대의 기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쇼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첨단 패션’ 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서울패션위크를 직접 와서 보게 하려는 디자이너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바로 초대장 준비다. 김재현이 초대장에 동봉한 스카프는 이번 시즌 새롭게 더해질 호피 무늬를 살짝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최명욱은 잎사귀가 장식된 초대장으로 자연을 담은 이새의 마음과 의미를 눈으로 보고 싶게 만들었다. 비어 있는 말풍선이 그려진 초대장을 보내온 칼의 디자이너 이석태는 카툰에서 영감 받은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그 궁금증만큼 재미있는 쇼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그 전략이 어찌됐든 초대에 ‘기술’ 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