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많아도 무지할 수 있다. 건강식품과 영양제로 온통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내게 필요한 건 잘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두운 영양제 바르게 알고 처방하기.

점심밥, 저녁밥을 먹고 난 다음에도 식탁은 비워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영양제가 식탁 위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게 된 걸까. 종합비타민 한 통이 소박하게 놓였던 이 자리는 세포분열이라도 하듯 점점 늘어나, 만병통치라는 홍삼, 기관지에 좋다는 배즙, 피로를 해소한다는 포도즙, 여자라면 꼭 먹어야 한다는 철분과 감마리놀렌산, 치매도 고쳐줄 것 같은 오메가3, 왠지 엽록소만큼 중요할 것 같은 엽산, 캔디처럼 씹어 먹는 비타민C까지 생겼다. 아침마다 뒷통수에 대고 “비타민이라도 먹고가!” 라고 외치는 엄마 때문에 빈 속에 알약 몇 개를 털어 넣으며 하루의 시동을 건다. 그러나 머릿속으론 하나둘 의문이 떠오른다. 공복에 먹어도 되나? 환갑을 내다보는 아빠랑, 갱년기에 시달리는 엄마랑, 낼모레 군대 가는 막내랑 다 똑같은 영양제를 먹어야 하나? 내게 필요한 영양제는 뭘까?

영양제 꼭 먹어야 할까? 백화점 식품관 옆에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는 건강식품 코너. 영양제의 인기가 궁금하다면 10분만 서 있어보라. 영양제를 구입하기 위해 저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상담을 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영양제를 먹는 사람들은 한 종류의 영양제에 만족하기 보다, 여러 가지 영양제를 먹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영양제 신봉자의 반대편에는 영양제 불신자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코펜하겐 쇼크’로 불리는 연구 결과는 알약 형태의 영양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힘을 실어줬다. 2007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연구진이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인 〈미국 의학협 회지(JAMA)〉에 발표한 후 파란을 일으키다 못해 세계를 ‘쇼크’ 상태에 빠져들게 한 연구는 비타민A , 베타카로틴, 비타민E, 비타민C, 셀레늄 같은 항산화 비타민의 복용이 오히려 사망 위험을 5% 이상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의 주장은 한마디로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영양제를 먹지 말고,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영양제를 먹지도 말며, 대신 자연식을 골고루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야 오래 산다” 는 것. 코펜하겐 연구진의 결과는 의학계와 제약업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코펜하겐 쇼크’ 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도 셀 수 없이 쏟아졌다.

그래도 영양제가 필요한 이유 코펜하겐 팀의 주장은 간편하면서도 쉽다.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하고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종합비타민을 먹는 대신 과일 한 쪽을 더 먹자는 주의였다. 문제는 일주일에 적어도 5일, 마감 중에는 7일을 사무실에 매어 있다 보니 과일은커녕 생과일 주스 한 잔도 챙겨 먹기 힘들었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대신 딸기 주스를 먹는다고 해도, 하루 권장량에는 턱없이 부족할 게 뻔했다. 게다가 점점 감퇴하는 기억력은 공포 그 자체였다. 두뇌를 팽이처럼 빠릿빠릿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등푸른 생선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인터뷰 때 고등어 냄새를 풍길까봐 순두부를 먹곤 했다. 결국 두 손 들고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오메가3였다. 다 건망증 때문이다. “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있으니까”라고 자신해도 실상은 다를 수 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섭취량이 기준의 75% 미만이면서 칼슘, 비타민A 등 영양소 섭취량이 필요량에 미치지 못한 여자들이 전체의 19.3%나 되었다. 다이어트가 주요 원인의 하나지만, 식재료 자체의 변화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영양제는 따로 있다〉를 쓴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용우 박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채소와 과일의 영양소 함량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한다. 공해물질과 화학비료로 인해 척박해진 땅에서 자란 식재료들은 힘이 많이 떨어졌다. 50년 전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이 반으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의 식생활보다 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곡물이 도정되고 저장되는 동안 90%의 영양소가 손실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냉동식품도 마찬가지다. 냉동채소는 싱싱한 채소에 비해 비타민C 함유량이 50%나 떨어진다. 건강을 위해 칼국수 대신 볶음밥을 먹었다고 해도 잘 도정한 흰쌀밥에 냉동야채를 넣어 만든 볶음밥이라면? 기대하는 만큼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중금속 위험과 스트레스, 화학식품첨가물로 우리 몸속 미네랄과 비타민을 빠르게 소모한다. 결국 우리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양은 늘었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더 불리해지고 있는 게 현실. 이런 상황에서 영양제의 섭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가장 저렴한 건강보험’ 이 될 수 있다고 박용우 박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피부 건강, 몸속 건강, 에너지와 생기까지 모두 챙겨야 할 우리에겐 어떤 영양제가 필요할까? 여자에게 필요한 영양제는 따로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좋은 건 더 먹고, 부족한 것도 더 먹기.

여자들에게 더 필요한 9가지 영양소

노화 예방의 첨병, 불포화지방산 지방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준 첨병이 바로 불포화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은 몸무게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을 초래하는 여자들의 적이지만 불포화지방산은 반대로 면역력을 높이고 심혈관계 질환을 막고 피부도 매끄럽게 한다.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6 지방산(리놀렌산)이 그 주인공이다.
● 하루 권장 오메가3 지방산 1000mg = 연어 반 토막이나 고등어 반의 반 토막

먹어도 먹어도 해롭지 않은 식이섬유 김치와 곡물 섭취가 많은 우리고유의 식생활 덕분에 지금까지 식이섬유 섭취량만큼은 다른 나라 부럽지 않게 살아왔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섭취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도 사실. 그 때문에 장은 운동 부족 상태다. 잡곡밥 대신 쌀밥을좋아하고, 밥만큼 국수를 좋아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있지 않다면 식이섬유도 따로 챙겨 먹어야 한다. 식이섬유는 많이 먹더라도 그다지 해로울 건 없다. 방귀가 좀 나올 뿐이다.
● 하루 권장 식이섬유 25G = 사과 8개

몸을 지지하는 칼슘 사람들이 가장 분명하게 인식하는 미네랄인 칼슘도 만성 부족 상태인 건 마찬가지. 칼슘이 부족하면 골밀도 감소와 골다공증과 같은 뼈에 관련된 질환부터 우울증, 신경과민 등 심인성 장애까지 일으킨다. 특히 평소에 카페인이 많은 커피와 차를 자주 마시거나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면 칼슘의 흡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반대로 웨이트 운동은 칼슘의 흡수율을 높인다.
● 하루 권장 칼슘 800mg = 저지방 요구르트 200g + 저지방 치즈 30g + 꽁치 85g

나트륨 너 때문에 칼륨 우리가 더 챙겨 먹을 필요가 없는 미네랄이 있다면? 나트륨이다. 워낙 짠 음식을 즐기는 까닭에 나트륨은 늘 과잉 상태인 것. 덕분에 칼륨은 항상 부족 상태다. 칼륨은 나트륨과 함께 작용해 몸의 수분을 조절하고 적절한 신경 전달과 근육 수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설사, 구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할 때는 칼륨이 더욱 필요하다. 고혈압과 동맥경화 위험이 높은 우리나라에선 나트륨 섭취만큼 칼륨 섭취도 늘려야 한다는 걸 기억하길.
● 하루 권장 칼륨 4.7g = 삶은 시금치 1컵 + 감자 1개 + 바나나 1개

맘 놓고 먹어야 할 철분 철은 헤모글로빈 합성의 재료. 남자들은 철분의 부족만큼이나 과잉도 신경 써야 한다. 과잉된 철분이 전립선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인데, 그 점에서 여자들은 자유롭다. 만약 철분이 과잉이라도,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이 점은 철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네랄에 해당된다.
● 하루 권장 철 14mg = 스테이크 140g

호르몬과 직결되는 아연 최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기분이라면 아연 부족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연은 인슐린과 호르몬을 만들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데 작용하며, 항산화 효소 SOD를 만들 때에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술, 담배를 즐긴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아연이빠르게 고갈된다. 아연 부족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당뇨병과 암, 불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
● 하루 권장 아연 10mg = 신선한 굴 1개

골고루 부족한 비타민B군 모두 8가지로 알려진 비타민B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신체의 모든 대사 과정에 참여하므로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팀워크가 중요한 비타민이라 한 가지가 부족해도 다른 비타민B까지 부족해진다. 따라서 균형 잡힌 섭취가 중요하다. 티아민(B1), 리보플라빈(B2), 나이아신(B3), 판토텐산(B5), 피리독신(B6), 엽산(B9), 시아노코발라민(B12) 등 한번쯤 들어본 영양소가 모두 B씨 일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보플라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니 살뜰하게 챙길 것.
● 하루 권장 리보플라빈 1.2IU= 우유 2컵

건강한 피부와 눈을 위해 비타민A 비타민A가 부족하면 어떤 병에 걸릴까? 고등학교 시절 달달 외운 기억을 뒤지면 눈이 침침해지는 ‘야맹증’ 에 걸린다는 답이 나온다. 그러나 피부 건조, 안구 건조, 불면증, 우울증, 무력감, 두통,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건 몰랐을 것이다. 반짝반짝한 눈망울과 촉촉한 피부, 맑은 시야, 비단결 같은 머리칼을 유지하려면 비타민A가 필수.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의 가장 활성화된 전구물질이다.
● 하루 권장 비타민A 700mcg = 작은 고구마 3개

노화를 막는 비타민C 비타민C는 비타민E, 셀레늄, 베타카로틴과 함께 조직 손상을 막는 강력한 항산화제다. 노화를 막을 뿐만 아니라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암을 비롯한 각종 감염에 저항한다. 콜라겐 합성을 도와주는 까닭에 비타민C가 부족하면 상처 회복이 늦어지고 괴혈병이 생기는 것. 부신피질호르몬,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침착되는 것을 막아 육류 위주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비타민이다. 특히 체내 중금속을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해, 오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비타민이다. 하루 권장량은 100mg 이지만 실제로 500mg이상 섭취하는 편이 좋다.
● 하루 권장 비타민 C100g = 풋고추 100g, 딸기 150g

지방산의산화를막는 비타민E와코엔자임 Q10 원세포막에 있는불포화 지방산의 산화작용을 막고, 세포 에너지 생성에 기여하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항염증 효과를 비롯해 면역계에 도도움을 준다. 여자의 경우 자궁 기능과 면역 기능에 작용하는 중요한 영양소.
● 하루 권장 비타민 E 10mg = 호두10개

영양제 제대로 먹는 법 6가지

1 합성 비타민보다 천연 비타민이 체내 흡수가 잘된다. 하지만 라벨을 잘 살펴봐야한다. 천연 비타민이라고 광고하지만, 합성 비타민에 천연 성분을 살짝 첨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제품도 많다.
2 비타민도 상한다. 개봉했다면 6개월 안에 복용하고 그 이상이 지났다면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낫다. 새 비타민을 개봉하는 날, 뚜껑에 네임펜으로 날짜를 적어두는 습관을 기르자.
3 매일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영양제는 식사와 함께,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종합영양제를 먹고 있다면, 식사 중간이나 식후 15분 이내에 먹을 것. 공복은 효과가 떨어진다.
4 영양제의 기본인 비타민C와 비타민B군은 하루 세 번 복용하는 게 가장 좋다. 단, 불면증이 있다면 비타민B군은 밤 늦게 먹지 않는다.
5 하루 권장량보다 더 먹어라. 가정 교과서에 실린 영양권장량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음주, 운동, 생리, 각종 질환 등으로 개인의 영양요구량은 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권장량보다 조금 많이 섭취하는 편이 좋다. 최소 요구량이 아닌 ‘충분한 양’ 을 ‘옵티멈 섭취량’ 이라고 부른다.
6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약이 체내에 작용하면서 반대로 고갈되는 영양소가 생기기 때문인데, 경구피임약은 비타민B군과 비타민C, 비타민E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경구피임약을 먹고 있다면 해당 비타민 섭취량을 늘릴 것. 알레르기 약으로 처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비타민C를, 아스피린은 비타민A와 칼슘을, 카페인은 아연, 칼슘, 철분을 빼앗는다.

자연에서 왔어요
영양제에도 트렌드가 있다. 클로렐라, 스피룰라, 아세롤라 등 끊임없이 새로운 비기들이 등장하는 것. 요즘 영양제계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자연’이다. 종합비타민을 이미 먹고 있는 사람들도, 종합비타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이 새로운 군단은 100%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담고 있다. 로열젤리, 알로에베라, 블랙커런트 오일, 달맞이꽃 종자유 등이 그것으로 갓 데뷔한 올리브잎 추출액도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올리브오일이 아닌 100% 압착한 올리브잎으로 만들어져, 시럽처럼 컵에 따라 마시면 된다. 자매품 올리브잎차도 있다.

본격! 영양소 처방하기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는 ‘종합비타민’ 은 가장 쉽고 간편한 선택이다. 여자들의 권장량에 맞춰 특화한 종합비타민도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종합비타민으로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다 섭취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종합비타민을 기본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더하는 것이 영양제 처방의 기본이다.
Tip 가정의학과, 내과 병원 진료를 통해서도 몸 상태에 맞는 영양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병원이 부담스럽다면 백화점 건강식품 전문코너에 상주하는 영양사들의 도움을 받을 것.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체질, 몸 상태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아니면 각 건강식품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자가 테스트를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