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그냥 파스텔 컬러’ 라고 말하지 마세요. 얼굴이라는 캔버스 위에 한 폭의 ‘수채화’ 를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맑고 투명하며 보기만 해도 착해지는 아름다운 색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리차드 니콜



전설적인 메이크업 크리에이터인 세르주 루탕 스타일의, 컬러풀한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강렬한 메이크업만이 보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세르주 루탕의 반대쪽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어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도 에디터에게 같은 생리현상을 이끌어낼 것이다. 눈 위의 컬러를 엷고 선명한 노란색을 가진 꽃으로 묘사한 데이비드 젠슨의 ‘티파니(Tiffany)’ 같은 사진이나 뽀얀 피부 위에 파스텔 블루 컬러로 눈두덩을 레이어링한 크레이그 맥딘의 사진인 ‘재미리샤(Jaimie Rishar)’ 정도면 설명이 될까? 강렬한 메이크업보다 때로는 더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것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은은한 컬러감의 메이크업이다. 예쁜 건 기본이고, 신비롭고 부드럽고 은은하며 상냥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 봄의 런웨이가 이런 감성을 놓칠 리 없었다. 한마디로 워터 컬러,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니콜 파히 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키(Makky)는 수채화의 화법에 가장 충실하게 다가가는 것처럼 보였다“. 1970년대 느낌이 나면서도 부드럽고 모던한 느낌이에요. 눈 주위로 강하지 않게 잘 블렌딩해주고 있죠.” 그런가 하면 리차드 니콜 쇼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샘 브라이언트(Sam Bryant)는 조금 더 번진 듯한 수채화를 원한다고 에디터와 어시스턴트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부족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 분위기를 칵테일 파티 분위기로 연결했죠. 컬러가 지워진 것 같은 연출을 하기 위해 오렌지와 라일락 컬러를 바른 뒤 지워보기도 했어요. 전체적인색감이 번진 듯하죠. 참, 약간의 녹색빛이 도는 블러셔와 옅은 블러셔를 사용해 올리브 컬러의 크림 섀도 위에 펴 발라주었어요.”

물론 이런 트렌드를 조력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 따른다. 빛과 색감으로 수채화를 그렸던 존 싱어 서전트도 울고 갈 정도의 수채화 도구 같은 메이크업 제품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시즌의 아이섀도 색감은 곱게 빛난다. 먼저 라네즈 봄 메이크업 오나먼트 컬렉션은 ‘장식품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나를 완성해준다’ 라는 테마를 완벽히 소화하고 있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장 여성적이며 장식적인 이번 시즌 메이크업 룩은 건조한 듯 창백한 피부톤에 은은한 색감에 반짝이는 질감이 돋보이는 섀도를 사용해 초현실적인 로맨티시즘을 표현하고 있다.

엔프라니의 프리즈믹 컬러 섀도 5D도 수채화 물감 팔레트처럼 5가지 파스텔 컬러가 기다리고 있는 팔레트. 은은한 미세 펄 입자가 벨벳 파우더에 녹아 피부에 가볍게 달라붙어 부드럽고 세련된 눈매를 만들어주는 페리페라의 더블 샤인 섀도우 휘핑 퍼플 역시 번진 듯한 수채화 느낌을 눈두덩에 입히기 위해 존재한다. 싱글 컬러로는 더바디 샵의 쉬머 큐브 팔렛 19의 섀도 조각 중 허쉬드 오키드 컬러와 끌레드뽀보떼 옹브르 꿀뢰르 솔로 중 112번이 유독 눈에 띈다. 특히 옹브르 꿀뢰르 솔로 112번은 풍부하고 매끄러운 파우더가 선명한 컬러를 표현하는 우아한 파스텔톤의 그린빛 싱글 아이섀도로 기존의 블루 혹은 그린 싱글 섀도의 혼합 버전에 모이스처 텍스처가 더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칠 듯 맑고 깨끗한 색과 빛의 그러데이션을 만드는 루나솔 네이처 칼라 아이즈도 마찬가지다.



아이섀도와 대등한 비율로 블러셔가 포진하고 있다. 디올 블러쉬 당텔 에디션의 빈티지 핑크색은 두 가지 톤의 은은한 핑크색이 그림처럼 섬세한 홍조를 표현해주며, 비디비치 스몰 페이스 케이스 중 올 댓 페이스는 미세하고 부드러운 파우더 입자의 미세한 펄감으로 고급스러운 빛을 준다. 마치 회화의 한 폭을 보는 듯한 컬러 그러데이션의 맥 블러쉬 옴브레 중 어젤리어 블로썸 컬러도 은은한 바이올렛과 밝은 쿨 핑크 컬러로 그러데이션되어 있어 은은하고 아름다운 홍조를 만들어준다.

자연을 닮은 컬러들은 수채화의 최고 재료다. 당신이 만일 자연의 소재로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면, 좀 더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다음의 제품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아름다운 발색력을 가진 에스티 로더의 마이클 코어스 베리 할리우드 블러셔의 썬셋 핑크와 썬셋 코랄 컬러가 그것이다. 이름처럼 해질녘의 컬러를 깃털처럼 가볍고 크리미한 파우더에 적용했는데, 자연스럽게 얼굴선을 살려주는 블러셔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자연의 빛깔은 자연이 만들어낸다는데, 자연에서 추출한 미네랄 성분을 담아 구운 후 수작업으로 건조시켜 부드러운 광택을 주는 맥의 미네랄라이즈 블러쉬 듀오를 보면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샤넬의 화이트 에쌍씨엘 브라이트닝 트랜스루센트 루스 파우더도 75% 이상의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섬세한 피부 표현을 할 수 있고, 옅은 핑크색으로 이목구비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더해주며 은은하게 빛나는 반짝임으로 피부를 밝혀준다.

위의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립 메이크업을 위해서는 유리알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연출해주는 파스텔톤 립스틱과 글로스가 있겠다. 크리미한 광택을 가진 립스틱인 바비브라운 메탈릭 립칼라 코랄리프, 지구의 맑고 깨끗한 물의 이미지를 입술에 표현하며 시어한 옐로 골드와 오렌지빛이 우아한 립글로스인 루나솔 풀글래머 글로스 18호 소프트 옐로우, 로즈 컬러의 입체적이고 매력적인눈매를 연출하거나 치크, 립글로스로 사용할 수 있는 젤리 퐁퐁 슈즈 팔레트 중 플러쉬 펌프 등이 훌륭한 마무리 투수가 되어줄 것이다. 뭐가 되었건 워터 컬러 메이크업을 충실히, 예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메이크업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수채화의 기본을 떠올려야만 한다. 기본은 색채의 선택과 혼합이다. 한 가지 컬러, 한 가지 제품만으로 마법같이 변신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번 시즌의 제품들은 당신의 뷰티 센스와 약간의 타고난 감각에 따라 어떻게 선택하고 혼합하느냐가 관건이니 에디터의 조언에도 솔직히 한계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