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장을 보는 공간이었던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 이제는 유명 셰프의 각축장이자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먹을거리로 가득하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린 요리 칼럼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를 펴낸 푸드칼럼니스트 차유진이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4곳의 식품관 탐방에 나섰다.

1. 한류 마니아인 일본인 친구를 위한 겨울연가 초콜릿. 6천원 2. 와다즈미의 신선한 초밥 도시락. 가격 1만3천원.3. 포숑 베이커리 마카롱. 1만2천원. 4. 세련된 디자인의 막걸리 백주. 2천5백원.

도심 속 작은 일본(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롯데호텔과 에비뉴엘, 명동을 끼고 있는 이곳의 식품관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김과 김치, 각종 건어물과 젓갈 등 일본인 관광객이 구미가 당길 만한 제품을 파는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초밥이나 야키소바 등 간단한 일식으로 요기를 하는 일본인도 많다. 점원들이 일본인 고객과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순간 도쿄 시내의 백화점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식품점 중앙에는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테마로한 초콜릿 매장도 있다. 일본인이 많이 찾는 덕분에 화과자와 치크 케이크 등 제대로 만든 일본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일본 내에서 얇은 찹쌀떡 안에 앙금이나 크림이 들어있는 디저트로 유명한 ‘모치크림’ 매장도 입점해 있다. 일본 가공식품과 소스와 식재료도 두루 구비하고 있어 식재료를 구입할 때 자주 들른다. 식품점 한쪽에는 유기농 식재료와 차, 간식을 파는 올가 매장도 제법 큰 규모로 입점해 있다. 주류 매장은 소주와 막걸리를 비롯한 한국 전통주에 대한 일본인 관광객의 관심을 반영하듯 와인 외에도 막걸리와 전통주,사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술을 판매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미니 패키지에 담은 막걸리와 작은 병에 담은 전통주는 선물용으로 적당하다.가격도 와인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주류 매장을 지나면 베이커리와 떡, 만두, 오코노미야키 등 주전부리를 파는 코너가 밀집해 있다. 포숑베이커리 입구에서는 방금 구운 빵을 시식하는 코너가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아름다운 빛깔의 포숑 마카롱은 좋은 티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푸드코트 내 테이블 좌석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 간식을 사와서 먹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푸드코트에 입점한 식당의 음식 맛은 보통 수준.

1. 델리브라운의 오븐에 구운 도넛. 1천9백원. 2. 하얏트 델리의 대표 디저트인 판나 코타. 6천원.3. 독일탄산수 게롤슈타이너. 2천원.4. 마켓오 게살아보카도롤. 1만4천5백원.5. 하얏트 델리 훈제연어 샌드위치. 9천원.

압구정 토박이들의 아지트(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백화점 식품관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압구정 주민들의 취향에 맞춘 알토란 같은 매장들만 입점해 있다.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매장은 식품관의 터줏대감인 하얏트 델리다. 호텔 하얏트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백화점 식품관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최고급 식재료와 최고의 파티셰가 만든 케이크와 빵, 샌드위치를 선보여 유행에 민감한 미식가들의 눈과 입맛을 동시에 충족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저트 전문점과 베이커리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 명성은 여전하다. 입점해 있는 식당의 상당수가 압구정이나 가로수길 등에 로드숍이 있는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마켓오와 루시 파이, 델리브라운, 스위트 플라워 팩토리가 바로 그것. 푸드코트는 테이블 공간이 넓고 북적거리지 않아 혼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을 때 찾는 이들이 많다. 식품점의 규모는 작지만 꼭 있어야 하는 제품은 대부분 판매하고있어, 시간에 쫓겨 필요한 제품만 빨리 골라 담아야 할때는 규모가 작은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식품관과 주차장이 바로 연결돼 있어 식재료를 구입해서 차에 바로 싣고 가기에도 편리하다.

1. 굿오브닝 컵케이크의 컵케이크. 4천5백원2. 삿포로델리 모듬 유부초밥. 5천원3. 와인매장에서 구입한 로스 카르도스. 2만2천원.4. 버거프로젝트 페이퍼젤리버거. 8천8백원.5. 도넛 플랜트 뉴욕 케이크 도넛. 2천9백원.

활기찬 로컬 마켓(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무역센터와 삼성역, 코엑스몰을 접하고 있어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영화를 보러왔다 가볍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푸드코트를 찾는 사람들, 백화점 쇼핑을 끝내고 장을 보러온 사람들,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며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사람들 등 찾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보니 식품점과 푸드코트가 두루 잘 갖춰있다. 푸드코트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곳은 버거프로젝트다. 창의적인 요리로 유명한 최현석 셰프가운영하는 곳답게 페이퍼젤리버거, 머쉬크림버거 등 특색있는 홈메이드 버거를 판다. 철판볶음밥이나 냉면 같은 기본적인 메뉴도 맛있다. 그중에서도 떡볶이와 순대는 강남 토박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메뉴로 꼽힌다. 테이크아웃 식품 매장에서는 최고급 화과자와 프랑스식 애플 타르트부터 커다란 슈크림과 삼각 와플, 에그타르트, 프레즐까지 다채로운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데, 대중적인 디저트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와인숍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고 추천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어 와인 초보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다. 건너편 매장에서는 올리브와 치즈, 푸아그라, 앤초비 등 와인과 곁들일 만한 핑거푸드를 구입할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만큼 여유로운 쇼핑을 즐기기는 힘들지만 북적대고 활기찬 분위기가 이곳만의 매력이다.

1. 앨리스 델리 스피니치 오믈렛. 3천9백원2. 리샤 미크로 마카롱. 1만6천원.3. 미니 사이즈의 가토 카르베네 소비뇽. 1만원.4. 더치 인터내셔널 올 버터 쿠키. 1만2천원.5. 리샤 코코아 가나슈. 1만5천원.6. 포트넘 앤 메이슨 레몬블랙. 5만원.

디저트와 차 마니아를 위한 천국(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서초동, 방배동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보니 전세계에서 들여온 다양한 식재료와 먹을거리로 넘쳐난다. 엘리스 델리의 속이 꽉 찬 오믈렛과 슈크림이 들어간 일본식 붕어빵, 프랑스 초콜릿디저트 전문점인 리샤의 알록달록한 마카롱, 고메 베이글 등 다채로운 디저트 매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와인숍 입구에는 2만원 이하의 저가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배치해부담 없이 와인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안에 작은 와인 바가 있어 5천원에서 1만원 정도를 내면 하우스 와인처럼 추천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 직수입하는 와인이 많아 와인 리스트가 풍성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와이너리 옆으로는 올리브와 피클, 파스타를 비롯한 수입 식재료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찰스 왕세자가 직접 후원하는 영국 유기농 전문 기업인 더치 인터내셔널의 앙증맞은 잼과 과자는 선물용으로 그만이다. 와인숍을 지나 티 밸리에 가면 포트넘 앤 메이슨, 마르코 폴로, 마리아주 프레르, 아마드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를 두루 만날 수 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담긴 티 제품을 보는 순간 지갑이절로 열리니 주의를 요한다. 레볼루션 유기농 티를 종류별로 작은 통에 넣어 나무 박스에 담은 세트 제품도 탐나는 아이템이다. 일식, 중식, 한식 등 다양한 테이크아웃용 음식을 파는 델리 매장의수준은 매우 높은 편. 지난 7월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델리 매장과 푸드코드 전체를 정비해 주말이면 장터처럼 붐비던 공간에 훨씬 여유가 생겼다. 수요에 비해 규모가 작아 늘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던푸드 코트에도 빈 좌석이 넘쳐나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좀 더 아늑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식품관 한쪽에 자리한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에드워드 권의 첫 레스토랑으로 화제를 모은 ‘에디스카페’와 유기농 전문 숍과 레스토랑을 겸한 ‘데일스포드 오가닉’은 음식과 인테리어 모두 가로수길이나 압구정의 레스토랑 못지않게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