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영화밖에 할 이야기가 없었다. 몇 년 후 그가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덧붙여졌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촬영 중인 영화와 함께 최근 론칭한 코즈메틱 브랜드에 대해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그와 마주하고 있다.

스웨터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스웨터와 팬츠는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Beauty Product 유기농 성분이 피부를 편안하게 가꿔주는 티어스 디어 포레스트 컴포트 크림.

엘리베이터 차임벨과 함께 권상우가 스튜디오로 들어섰을 때, 바깥 날씨는 영하 15도를 넘나들고 있었다. 지상 6층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세트 작업 때문에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 그가 걸친 양털이 덧대어진 후드 패딩 코트는 무척 따뜻해 보였지만, 그는 주머니에 손을 꼭 넣고 따뜻한 곳을 찾아 스튜디오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귀엽기도 해서, 나는 대뜸 이렇게 추위를 많이 타는 남자는 처음 봤다고 놀렸다. “좀 전까지 밖에서 내내 촬영을 하다가 왔거든요. 배경이 여름이라 여름 옷만 입고요.” 그의 짤막한 대답을 듣자, 왜그리 추워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는 요즘 차승원, TOP 등과 함께 전쟁영화 <포화 속으로> 촬영에 한창이다. 1950년, 포항에서 수백 명의 북한 정예군과 71명의 소년 학도병들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를 바탕으로한 실화극이다. “아무래도 요즘 같은 날씨에는 추위가 가장 큰 장애물이죠. 하지만 작품이 워낙 좋은 데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아서 추운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좋아요.”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단숨에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훌륭하고 관객들에게도 큰 재미를 줄 것 같아서였다. “저는 단순히 제가 맡을 역할이나 캐릭터만 따지진 않아요. 재미있는 이야기 안에서 그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를 보죠.”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것, 그것이 언젠가부터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소심하지만 순수한 성격의 현수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그는 이번에는 반항적이고 카리스마적인 성격의 소년 학도병 갑조를 연기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치면 이정진 씨가 했던 역할이죠. 리더로 자리 잡지 못한 TOP 씨가 뛰어 넘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칼을 잘 쓰고, 불량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성격이에요. 총을 한 발도 쏴본 적이 없는 학도병들과 함께 북한군에 맞서 싸우죠. 엔딩 부분에서는 액션 신도 있어요.” 71명의 학도병 중 한 명의 역할을 맡다 보니 아무래도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은 학도병을 맡은 배우들. 그중에서도 학도병 리더 역을 맡은 빅뱅의 TOP군과의 촬영 분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금방 친해졌죠. 시골이라 밤에 촬영이 없을 때는 마땅히 할 만한 게 없어요. 자연스레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고 가끔은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죠.” 실제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TOP과 또래 역을 맡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별로 걱정할 게 없다는 듯한 말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끔은 정말 동년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권상우는 이 영화가 차승원과 김승우, TOP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은 학도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그가 맡은 역 역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들과 빨리 친해져야 했어요. 초기에는 아무래도 저와 작업한 적도 거의 없고, 나이 차이도 나고 하니까 저를 많이 어려워했죠.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여러모로 챙겨주고, 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하고 그랬죠. 무슨 게임을 했냐고요?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이오! 제가 좋아해서 현장에 가지고 내려갔거든요. 하하.” 쑥스러운 듯 웃는 모습이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천진하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순수한 고등학생 현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포화 속으로>의 메가폰을 잡은 이재한 감독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쟁 드라마를 연출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감독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굉장히 젠틀하세요.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원론적 지식이 많다는 것도 느껴지고요.아무래도 카메라를 직접 다루던 분이라 영상이나 카메라 앵글에 관해서는 믿음이 가죠. 다음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첩혈쌍웅>의 미국 버전을 찍을 예정이라고 하시더군요.”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eauty Product 시어버터 성분이 건조한 손을 촉촉하고부드럽게 유지해주는 티어스 릴랙스 인 아로마 릴리프 핸드 크림.

영화 이야기를 묻자 혹한의 악몽은 어느새 저 멀리로 날려보낸 듯 눈을 빛내며 열심히 이야기하는 권상우. 이렇듯 영화 촬영에 집중하며 한동안 조용한가 싶더니, 최근 코즈메틱 브랜드 ‘티어스(Tears)’를 론칭해 사업가로 변신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일본에 진출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인상적인 눈물 연기를 펼친 덕에, 일본 팬들로부터 ‘미스터 티어스(Mister Tears)’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명동에 ‘티어스’라는 카페를 오픈하기도 했었다. 브랜드의 네이밍 역시 그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화장품 모델을 오래 하다 보니 코즈메틱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깨끗한 사업이잖아요. 전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모험을 걸었죠.”

오랫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일해온 친구의 도움을 받아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며 준비를 했고, 티어스의 제품 패키지와 구성,디자인 등 브랜드 전반에 걸쳐 권상우가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사업에 뛰어드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중저가 브랜드를 기획했지만, 후발주자이다 보니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은 데다, 이미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포화 상태라 그 사이를 뚫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 큰 과제로 다가왔다. 자리를 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거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제품이 워낙 좋은 만큼 자신도 있다고 했다.

“기초 제품이 가장 자신 있어요. 그만큼 재료가 훌륭하다는 뜻이죠. 중저가 브랜드면서도 정말 좋은 재료를 써서 마진을 최소화했어요. 제품군이 타 브랜드에 비해 다양하지 않은 것도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위주로 구성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뷰티 브랜드를 준비하고 론칭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제품을 꼼꼼히 테스트했다고 한다. 요즘도 꾸준히 티어스 제품을 쓰고 있는데,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립앤칙 밤’이라고. “추운 날씨에 야외 촬영이 많아 얼굴 곳곳이 트고 헐어요. 그럴 때 립앤칙 밤을 바르면 긴급조치를 받은 것처럼 진정이 되죠. 이 제품은 순해서 아들 룩희도 같이 쓰고 있어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권상우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더욱 바빠진 탓에 가족들을 많이 챙기지 못한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내내 영화 로케이션 촬영으로 집을 비우는 데다 그나마 시간이 날 때는 회사 일부터 처리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본업은 배우예요. 좋은 작품으로 사랑받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그래서 아내가 늘 고마워요. 아기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언제나 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거든요. 제가 아무런 걱정 없이 영화 촬영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아내 덕분이에요.” 그만의 아내 사랑법은 틈나는 대로 함께 여행을 가는 것. 기분 전환도 되고 좀 더 오붓한 시간을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계셔서 많이 못 도와주지만,여행 가면 설거지 등 모든 일을 자신이 도맡아 한다며 생색도 냈다.

인터뷰가 끝나고 고개를 돌려보니 스튜디오 한쪽에서 그의 아름다운아내 손태영이 먹을 것을 싸들고 와서 스태프들에게 나누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권상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며 그녀의 곁으로 뚜벅뚜벅 갔다. 그녀가 사온 커피 때문일까? 어느 순간부터 스튜디오가 한결 따스해진 느낌이었다.

Editor| 황의숙(E.S. Hwang)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모자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eauty Product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탁월한 티어스 디어프레쉬 소울 테라피 스킨 베이스와 인비타 소울 테라피 스킨 베이스.

셔츠는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Beauty Product 보습력이 풍부해 피부에 윤기를 부여하며 각질이 일어난 부위까지 관리해주는 티어스 디어 모이스트 라인.